[2025.07.23] 제18차 독서위원회 회의 결과 _ 휴식 찾기의 기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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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1] 일부러 '비효율'을 선택한 경험 [안건 2] 저자극의 시간🌱 고자극의 시간💡
[안건 3] 이것은 휴식인가, 휴식이 아닌가🤔
[안건 4] 나에게 정성을 쏟는 시간
[안건 5] 그냥 재미있어서 한 일✨
[안건 6] 7월 한 달간, 잘 살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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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1000명 이상의 사람을 만나며 던진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선 연구가 되었다."
제목과 표지만 봤을 땐 당연히 감성적인 에세이일 거라 짐작했는데, 단 두 페이지 만에 책의 실체(?)를 알아버렸습니다. 편견 때문인지, 감동도 없고 자기 계발도 되지 않더군요.
"사람은 모두 다르기에, 각자에게 맞는 휴식을 찾아야 한다." 와닿지 않았던 이유가 너무 보편적이고 당연한 말이어서일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런 당연한 말 속에서도 깊이 있는 울림을 느꼈던 경험이 있기에, 이번엔 제 마음의 태도가 방해가 된 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이미 책의 성격은 파악했으니, 이번엔 선입견을 내려놓고, 차분히 다시 한번 읽어보려 합니다. 어쩌면 놓쳤던 무언가가 그 안에 있었는지도 모르니까요.
_늉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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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은 '휴식 찾기의 기쁨'입니다. 소제목은 '지금의 나를 건강하게 하는 제철휴식'이고요. 그래서 저는 기대했습니다.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휴식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제철휴식이니까 사계절을 행복하게 날 수 있는 휴식법을 알려주나 보다."
네, 아니었습니다. 휴식에 관한 이야기이긴 한데요. 정확하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어요. 내가 쉬고 싶을 때,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마음 편하게 쉬라는 말이 224 페이지 내내 반복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말을 굳이 모든 챕터에서 할 필요가 있었나 싶긴 한데요. 당연하지만 중요한 핵심이라 그랬나 보다...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_슬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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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1] 효율을 중시하는 우리의 삶 속에서, 의도적이든 아니든 ‘비효율’을 허용한 경험이 있나요?
📋 근거조항
42-43P. 효율이 주는 편리함과 이익도 있지만 어두운 면도 분명히 있다. 헐레벌떡 달리느라 보지 못했던 횡단보도 앞 가로수의 아름다움, 이기는 것에 집중해 잊었던 보드게임의 낭만과 즐거움, 길을 잃어야만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골목들의 흥미로움은 그 순간 향유할 수 있었던 다양한 감각과 감정을 놓치게 만든다.
모든 시간을 낭만적으로 살아갈 수는 없지만, 반대로 모든 시간을 효율만 추구하며 살아갈 수도 없다. 중요한 건 효율적이어야 하는 상황과 비효율로 남겨두어야 하는 상황을 잘 구분하는 일이다. 어떤 것들은 느리게 흘러가도록, 어떤 것들은 길을 잃도록, 어떤 것들은 돌아가는 과정 자체를 즐기며 기꺼이 손해를 보도록 남겨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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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처음 떠난 해외여행. 20대 초반, 가까운 일본이었지만 ‘첫 여행’이라는 설렘에 잔뜩 계획을 세워 갔습니다. 하루에 돌아다녀야 할 곳만 네다섯 군데. 지금 생각해도 참 빡빡했죠.
결국 그 계획은 전부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쏟아지는 비, 그치고 나니 티셔츠에 소금이 배일 정도의 더위. 말 그대로 체력이 바닥났어요. 그래도 첫 여행인데 이렇게 보낼 순 없다는 생각에, 꾸역꾸역 계획한 장소들을 돌기 위해 애썼죠.
그런데, 그 여행을 완전히 바꿔놓은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교토의 대나무숲. 사람은 많았지만, 숲 사이로 살랑이는 바람이 정말 시원했어요. 그냥 앉아 있기만 했는데 2~3시간이 훌쩍 지나가더라고요.
그 순간 이후, 여행의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밥 먹고 길가에 앉아 한 시간, 멍하니 카페에 앉아 두 시간. 가고 싶었던 관광지는 절반도 못 봤지만, 그 비효율적인 여유가 제 삶을 지탱하는 기억이 됐습니다.
_늉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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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늉늉 / 소금이 배이는 더위여도 좋으니, 또 가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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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중순, 제주도에 다녀왔어요. 그때 묵은 숙소에 재미난 공간이 있었습니다. 여행객들이 편지를 쓰고, 교환하는 공간이었어요. 편지를 한 통 써서 그곳에 두면, 언젠가 이곳에 묵은 사람이 쓴 편지를 하나 가져갈 수 있었어요. 너무 낭만적이지 않나요.
카카오톡, DM, 메시지, 메일 등과 같은 디지털 메시지를 주요 활용하는 시대잖아요. 디지털 메시지는 오타가 나면 바로 수정할 수 있고, 잘못 보낸 메시지는 삭제도 할 수 있어요. 상대방이 메시지를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도 확인할 수 있고요. 빠르고, 효율적으로 소통하는 시대에 느리고 불편한 손편지라니! 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일인가요?
그렇지만 전 타인이 쓴 손편지를 꼭 가지고 싶었기에 펜을 잡았습니다. 오랜만에 정성껏 글씨를 쓰는 게 좀 어색하더라고요. 오타에 밑줄을 그어 지저분해지고, 삐뚤빼뚤 서투른 글씨는 춤을 추는데, 그 촌스러움 속에 꽤 그럴싸한 낭만이 숨어 있었어요! 일상에서는 굳이 하지 않을 경험이라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그 편지… 누군가 가져갔을까요? 제가 우리 이책이당 당원이 되어달라고 읍소를 했거든요. 구독자가 한 명 늘었는지 얼른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_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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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 친구와 함께 쓴 손편지, 누가 가져갔으려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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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2] 나만의 ‘저자극의 시간’은 언제인가요? 반대로, 삶 속에서 가장 자극이 많은 ‘고자극의 시간’은 언제인지도 떠올려 보아요.
📋 근거조항
96P. 아무것도 하지 않음은 텅 빈 시간이라기보다 평소에는 잘 쓰지 않는 감각을 동원해 한 가지에 명료하게 집중하는 저자극의 상태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저자극에는 새로운 정보와 영감이 담겨 있기는 하지만, 내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거나 불안을 야기해 무감각의 상태로 빠져들게 만드는 고자극의 시간과는 결을 달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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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자극의 시간
무심함을 가장하며 수동적인 탐험만 해오던 제게, 회사 생활은 그야말로 초초초초고자극의 연속…! 유튜브며 커뮤니티며, 홍보 콘텐츠의 소재를 찾겠다고 헤매다 보면 도파민이 뿜뿜합니다. 세상은 어쩌면 그렇게도 충격적이고 놀라운 일로 가득한지. 업무를 가장해 자극에 절여지는 시간입니다.
저자극의 시간
반대로 제가 좋아하는 ‘저자극의 시간’은, 이 뉴스레터를 꾸준히 보신 분들이라면 짐작하셨겠지만… 네, 바로 ‘뜨개’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새로운 저자극 루틴을 찾았어요.
얼마 전 신혼집으로 이사를 했는데요. 혼자 살 땐 몰랐는데, 둘이 살다 보니 빨래가 정말 눈 깜짝할 새에 쌓이더라고요. 청첩장 모임이니 뭐니 정신없는 와중에도, 둘 중 한 명이라도 집에 일찍 오면 자동으로 빨래부터 돌리는 루틴이 생겼습니다.
집에 들어와 에어컨을 켜고, 세탁기를 돌려놓고, 거실에 앉아 다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빨래가 돌아가길 기다리는 시간. 요즘 저에겐 그 시간이 세상에서 제일 평화롭습니다.
빨래가 끝나면 건조기로 옮겨야 하니, 세탁기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데요. 식어가는 땀, 규칙적인 세탁기 소리. 더위에서 해방된 채, 단 하나의 목적—‘빨래를 옮긴다’—만 기다리는 그 단순한 시간에 무슨 고민이 끼어들 수 있을까요?
이야기하다 보니, 오늘도 집에 가서 빨래 돌릴 시간이 괜히 기대되네요.
_늉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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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극의 시간 주말이면 늦잠을 자곤 하는데, 아주 가끔 일찍 눈이 떠질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빨래를 합니다. 밀린 빨래를 돌리고, 식물에 눈길을 돌려요. 메마른 흙에 물을 주면, 푸릇푸릇한 냄새가 올라오거든요? 흙냄새와 풀 냄새가 섞인… 오묘한 냄새…! 그 냄새를 맡을 때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어요.
고자극의 시간 월요일에서 금요일 아침 8시에서 11시 30분까지! 회사에서의 아침은 매일 전쟁이에요. 루틴하게 해야 할 일들이 많거든요. 저는 전자책 구독서비스 MD로 일하고 있는데요. 매일매일 책이 잘 올라가는지 확인하고, 홍보 배너를 세팅하고, 업무 메시지와 메일을 확인하고, 급작스러운 미팅 일정을 조정하는 등 일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시간이에요. 정신도, 감정도 쉴 틈 없이 떠밀려가는 시간이죠.
_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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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3] 충분한 휴식을 취했음에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던 적이 있나요? 또는, 휴식을 취하고 있어도 마음이 불편해 도무지 쉬는 것 같지 않았던 때는요?
📋 근거조항
15P. 우리는 종종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거나, 새롭지만 내게 특별한 의미가 없는 자극들로 시간을 채운다. 해야 할 일이 떠오르지만 막상 움직일 힘이 없어 찜찜한 마음으로 시간을 흘려보낸다. 우리가 휴식이라고 믿는 많은 시간을 살펴보면 사실 제대로 된 회복의 시간이 아닌 경우가 많다.
132P. 바쁜 일정 중간에 딱 하루 쉴 수 있는 날이 생겼는데 온종일 게으름을 피워도 회복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 밥도 든든히 먹었고, 미뤄둔 넷플릭스도 마음껏 보고, 낮잠까지 자고 일어났는데도 손 하나 까딱할 힘이 없었다. 에너지가 바닥난 상태에서는 휴식을 아무리 쏟아부어도 쉽게 충전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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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약 반년을 백수로 지내던 그 시절의 제가 딱 그랬습니다. 늦게까지 퍼질러 자고, 먹고 싶은 음식 다 먹고, 보고 싶은 드라마·영화 다 봤는데… 이상하게 기운이 나질 않았어요. 마치 구멍 난 독에 물을 붓는 기분. 에너지가 충전되기는커녕 계속 새어나가는 느낌이었죠.
그때 절실히 느꼈습니다. 매일 “출근하기 싫다, 일하기 싫다”를 외치긴 하지만, 제게 ‘쉼’이란 결국 ‘일’이 있을 때만 가능한 거였다는걸요. 어쩌면 일이라는 게, 쓸데없는 걱정들로부터 저를 쉬게 해주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다시 일을 시작한 지금, 여전히 출근하기 싫은 날도 많고, ‘쉬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날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때와는 다르게, ‘충전된다’라는 기분이 어떤 건지는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_늉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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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 여름, 아무런 계획 없이 퇴사했어요. 버티는 회사 생활이 지겹더라고요. 퇴사할 때까지만 해도 꽤 홀가분했습니다. 3년 가까이 일했으니, 짧은 여름방학쯤은 스스로에게 허락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바로 불안이 찾아왔어요. 꼬박꼬박 들어오던 월급이 끊겼고, 취업난 속에 나를 뽑아줄 다른 회사가 있을지 모르겠고, 있다고 해도 이전 연봉을 맞춰줄 수 있을지 의문이었어요.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잘 쉰다’는 건 생각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몸은 분명 침대에 누워 있는데, 머릿속은 온통 구직 걱정뿐이었어요. 휴식을 취하는 척만 하는 기분이었달까요. 결국 퇴사 후 일주일 만에 자기소개서와 경력기술서를 써서 여기저기 지원하기 시작했고, 적으면 하루에 한 번, 많으면 두 번씩 면접을 보러 다녔어요. 모아둔 돈도 적지 않았고, 좀 쉬어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전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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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 연분홍 네모박스 안의 진분홍 글씨들 보이시나요? 싸그리 다 면접 일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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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4] 아무리 바빠도, 하루 중 나에게 정성을 기울이는 시간은 꼭 필요해요.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서요. 요즘 당신은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 그때 무엇을 하나요?
📋 근거조항
45P. 많은 것들을 빠르게 생략하며 살더라도, 적어도 내게 중요한 것들을 잘 지키며 살고 있다는 감각은 삶의 만족도를 높인다. 무엇이 중요한지 스스로 정하고 그것을 지킬 때, 자신을 아끼며 사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64-65P. 누구나 스스로에게 정성을 들이는 일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사소해도 좋다. 등산을 하거나, 좋은 향을 맡거나, 집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일일수도 있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을 잘 대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스스로를 돕는 마음이다. 나에게 정성을 쏟는 시간, 그 일상이 모여 거대한 회복의 에너지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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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입니다. 더위 먹지 않으려면 잘 챙겨 먹어야 해요. 전 요즘 여름 과일을 야무지게 챙겨 먹고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 입맛 없을 땐 역시 새콤달콤한 과일이 최고죠. 참외도 먹고, 블루베리도 먹고, 수박도 먹고, 신비복숭아도 먹고, 후무사자두도 먹어요. 이 과일들을 한데 모아 화채도 만들어 먹습니다. 제철 과일로 만든 화채는… 진짜 기가 막히게 맛있어요. 요즘 저는 저에게 제철 과일을 듬뿍 먹이면서 아주 정성스럽게 사육(?) 중이에요. 이 정도면 저를 잘 돌보고 있는 거 맞죠?
_슬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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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적이지도, 부지런하지도 않기로 유명한 제 삶이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빡빡하고 계획적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결혼 준비는 해도 해도 끝이 없고, 이사 후 집 정리도 마찬가지예요. 하나를 해치우면 또 다른 일이 생기고, “이젠 끝났다!” 싶으면 어김없이 ‘힝 속았지?’ 하고 새로운 일이 튀어나옵니다.
얼추 마무리되는 시간이 밤 11시에서 12시쯤. 바로 잠들고, 새벽 5시에 기상. 저만의 시간을 대체 언제 만들 수 있나 싶었는데, 의외로 ‘점심시간’이라는 절묘한 틈이 있더라고요.
결혼을 3주 앞두고, 다이어트에 실패한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고, 동시에 나를 챙기기 위해 점심시간은 ‘밥 대신 나를 돌보는 시간’으로 쓰고 있어요. 뭐, 별건 안 합니다. 밀린 예능 좀 보고, 귀여운 조카 영상도 보고. 마치 세탁기 돌아가는 걸 멍하니 기다리는 저자극의 시간처럼, 그 시간이 요즘 저에겐 꽤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_늉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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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늉늉 / 사진이 좀 그래서 그렇지… 여기에 예능까지 틀어놓으면 완벽하게 행복한 저만의 시간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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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5] 성과도, 목적도 없이 그저 재미있어서 해본 일이 있나요? 아주 사소해도 좋아요. 당신만의 그런 순간을 함께 들어보고 싶어요.
📋 근거조항
110P. 무엇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잘하기 위해,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하는 일 말고 망쳐도 좋으니 그냥 재미있어서 하는 일들은 점차 줄어들었다. 떨어지는 빗방울을 하염없이 바라본 경험,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산책, 아무 의미 없는 낙서를 하는 시간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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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Mnet에서 방영한 <스테이지 파이터> 보셨나요? 저는 그 프로그램을 보고 무용수들의 몸짓에 푹 빠져버렸어요. 그래서 종영하자마자 현대무용 학원을 등록했습니다. 참고로 전 몸치입니다! 몸이 아주 뻣뻣해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냥 배우고 싶더라고요. 학원에 가면 가장 먼저 아주 커다란 거울이 저를 반겨줍니다. 선생님의 멋지고 화려한 동작, 그리고 저의 초라하고 어설픈 몸짓이 한눈에 비교되는 아주 커다란 거울이지요. 그래도 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몸을 움직였어요. “난 태어나서 30년 만에 처음으로 춤을 배우는 건데, 무용을 전공한 선생님을 따라만 해도 대단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면서요. 심지어 꽤 잘한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못하는 애들 중엔 내가 제일 잘 하는 것 같은데?” 너무 거만한가요? 그러다가 우연히 발레를 배우게 됐는데요. 전 확신의 테토녀(?)라서 발레처럼 우아한 무용은 도저히 못 따라 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이게 웬걸, 발레가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번 달부터 학원을 옮기기로 했습니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서요. 제 인생에 춤은 없을 줄 알았는데, 배우고 따라 할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_슬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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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 무에타이 아니에요. 현대무용이에요. 현대무용하는 나 좀 멋지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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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작한 일인데요, 이름하여 “여봐라, 이 귀여움을 모르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게 하라!!!”
네, 조카 영상을 올리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슬슬 ‘성과’에도 욕심이 나는 건 사실이지만… 처음부터 재미로 시작한 일이었고, 지금도 성과보다는 저의 재미, 저의 행복이 더 큰 목적이에요.
어떤 영상을 올릴지 고민하고, 영상 편집해서 올리고, 댓글을 하나하나 읽는 그 모든 시간이 요즘 제일 즐겁습니다. 그냥… 너무 귀엽고 너무 재밌어요. (알고 보면 이게 제 최고의 스트레스 해소법입니다.)
_늉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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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6] 어느새 7월이 저물었네요. 지난 한 달 동안 당신을 웃게 했던 일(+), 반대로 마음을 무겁게 했던 일(-)도 있었을 거예요. 그 기억을 천천히 꺼내어 함께 나눠볼까요?
📋 근거조항
153P. 잘 살고 있다는 감각은 주관적이어서 기준을 세우는 게 어렵다. 누구나 인생의 좋은 시기와 힘든 시기를 번갈아 맞이하게 되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삶의 어떤 시기든 나를 놓치지 않는 감각이다.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 계속 묻고, 나를 외면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일. 느리더라도 나 자신을 지키며 천천히 나아간다면 그게 잘 사는 것 아닐까. 그러니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요즘 나는 잘 살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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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 나를 웃게 한 일(+)
1. 올해 수박 왜 이렇게 달아요?🍉
2.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짱잼 꿀잼!
3. 출퇴근길에 운 좋게 의자에 앉아 편하게 올 때 세상 행복해요.
4. 7월 생일자입니다. 생일에 제주도 다녀왔습니다🌴
5. 비행기 탑승 수속하고, 탑승하기 직전 제일 설렘! 나만 그램?
6. 제주도 가면, 수킹이라는 타코 맛집에 꼭 가세요… 제 인생 타코니까…🍤
7. 친구들아, 생일 축하해 줘서 고마워! 축하만 해줘도 고마운데, 선물도 줘서 많이 고마워!
8. 늉늉이 선물로 사 준 파란 체크무늬 치마에서 여름 냄새 나요.
9. 뚝딱뚝딱 조립한 레고 꽃, 덕분에 방이 화사해졌어요.
10. 오랜만에 혜선에게 먼저 연락이 왔어요! 8월에 만나기로 했답니다!
11. 연남동에 있는 안마원에 가서 마사지를 받았어요. 어깨와 목이 딱딱하게 굳었었는데, 한결 나아진 거 있죠. 한의원 가서 침 맞는 것보다 낫더라고요. 이 어깨가 정말 내 어깨인지 모르겠을 만큼 만족!
12. 늉늉과 독서 모임을 가장한 수다 타임. 독서 모임도 했어요. 진짜예요.
13. 구쪽이, 샘수가 우리 회사까지 와서 맛난 밥을 사줬어요!
14. 미니 죠스바 실물 보셨나요? 진짜 귀여워요. 감질나서 그런지 더 맛있는 거 같아요.
15. 늉늉에게 배운 포토샵 기본 스킬, 후배님에게도 전파했어요. 언젠가 포토샵 천재가 되어야지.
16. 회사에서 에어팟 잃어버렸는데, 찾았어요! 고마워, 그 자리에 있어줘서.
17. 7월 마지막 주는 사랑스러운 똥강아지, 다복이와 함께합니다. 다복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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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 슬슬의 생일날, 제주도 가는 길.
가방은 무겁지만 어찌나 신나던지요! |
ⓒ슬슬 / 잃어버렸다 되찾은 에어팟.
고마워, 나에게 되돌아와 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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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 나를 빡XX 한 일(-)
1. 출퇴근길, 버스 안 무수히 많은 사람 사이에 끼어 있을 때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 나야 나😫
2. 무례한 업무 메일과 전화는 이제 그만 받고 싶어요. 세상이 나한테 왜 이래.
3. 저는 MD입니다. 디자이너가 아닙니다. OO님, 디자인은 제발 디자인팀에 맡겨 주세요.
4. 지출 결의하기 싫어요… 숫자 싫어요…
5. 왼쪽 어깨에 담이 걸려서 고생 또 고생, 댕고생. 죽다 살아났습니다.
6. 코바늘로 예쁜 뷔스티에를 떴는데요. 너무 커서 다 풀었다는… 슬픈 이야기…
7. 제주도에서 이고 지고 온 바질이 초록별로 떠났어요. 말려 죽여서 미안해…🌱
8. 전셋집 이자와 관리비 나가는 날. 당연히 내야 하는 돈인데 아까운 거 뭔지 알죠…
9. 내가 뛰어오는 거 봤으면서, 신호 때문에 바로 앞에서 멈출 거면서, 쌩-하니 출발한 버스 기사님. 덕분에 아침 땡볕 잘 맞았습니다. 부디 오늘 하루 안녕하시고, 무사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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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 예쁜 뷔스티에가 실뭉치가 되어버렸을 때의 슬픔... 아무도 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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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에는 업무와 관련된 일이 많네요. 평소에 불평불만이 많은 저라서, (-)인 일이 훨씬 많을 줄 알았는데, 막상 보니 (+)인 일들이 아주 조금 더 많더라고요. 이 정도면 0에 수렴하고, (+)가 살짝 남는 셈이니, 꽤 행복한 7월을 보냈다고 말해도 되겠죠?
_슬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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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 나를 웃게 한 일(+)
1. 내 주식창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건 정말 기적입니다✨
2. 이번 달에 받은 꽃다발🌷이 무려 3개! 뭐야, 나 꽃 좋아했잖아...?
3. 한 달째 판매가 지지부진하던 담당 책, 갑자기 판매량이 2배, 3배, 4배…! 너무 기뻐서 울어요, 웁니다…😂
4. 매일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조카 영상. 진짜 녹습니다, 녹아요😍
5. 이사하자마자 위스키장을 '나눔'으로 겟! 흠집 하나 없이, 거의 새 거. 진짜 (개)이득👍
6. SK브로드밴드 상담사님의 속사포 약관 설명. 통화 시간을 줄여주겠다며 아웃사이더 뺨치는 속도로 약관을 읽어 내려가시더니, 다 읽고 본인도 놀라셨는지 “허헣허헣…” 계속 웃으시던데, 죄송하지만, 너무 귀여우셨어요😘
7. 김남길의 새 드라마가 나왔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합니까👀
_늉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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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늉늉 / 예상치 못한 사람에게 받아 더욱 기뻤던 꽃🌷
이날의 굉장한 더위에 금세 풀이 죽어버려, 사진이 이것밖에 남지 않은 것이 아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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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 나를 빡XX 한 일(-)
1. 신혼집에 입주했는데, 진짜 더러워도 너무 더럽다. 청소비만 40만 원 이상. 강아지 안 키웠다면서, 경첩마다 털이 덕지덕지… 이 정도면 사기 계약 아닌가요...? 청소비 내놔라 진짜.
2. 더러운 게 다가 아니다. 샤워기 헤드로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감도 안 잡히고, 베란다 선반은 고정도 안 된 채로 그냥 방치. 어떻게 살면 집을 이렇게 쓸 수 있죠? 진심으로 궁금합니다.
3. 시스템 행거 설치 문의를 한 지 2주째. 답이 없다. 핸드폰 번호도 적어놓고, 왜 연락을 안 받으시는데요… 세상아, 나한테 왜 이래.
4. 소파 사러 갔는데, 질문마다 시비 거는 영업자. "가죽은 관리가 어렵지 않나요?" → "그게 왜 어렵죠?" "패브릭은 상대적으로 먼지가 많이 쌓이지 않나요?" → "먼지가 왜 쌓이죠?" 소파 팔기 싫으면 말로 하시죠?
5. 이불 패드 고정용 밴드를 샀는데 불량. 직접 2시간 걸려 교환하러 갔더니, 이번엔 고리가 박살. 또 직접 와야만 교환해 준다고요? 누구 똥개 훈련 시킵니까…!!!
_늉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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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늉늉 / 진심, 이것 때문에
편도 2시간, 왕복 4시간 걸려서 다녀옴. |
ⓒ늉늉 / 진심, 멈무 털이 이렇게 나옴.
아직도 나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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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많이 쓸 줄 알았는데, 막상 적어 보니 기쁜 일도, 화나는 일도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고요. 그만큼 지난 한 달이 꽤 바빴던 모양입니다. 게다가 화나는 일에 온통 이사 얘기뿐인 것도 살짝 충격... 이사만 끝나면, 기쁜 일들만 더 많아지겠죠? 그 희망을 품고 8월을 기다려봅니다.
_늉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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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이당 백브리핑
_휴식 찾기의 기쁨의 중요한 문장들, 함께 짚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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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늉늉의 문장
88-89P. 하루 종일 허망하게, 재미있다고 느껴지지 않는데도 무의미하게 영상을 보는 것과 ‘이거 진짜 재밌는데?’ 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온도의 시간이다. 행위 자체보다 어떤 감정을 가지고 그 시간을 보냈느냐가 휴식의 밀도를 결정한다.
그래서 남들이 좋다는 방식으로 쉬는 게 아무 소용이 없을 때가 많다. 어차피 그 시간을 대하는 내 감정과 반응은 타인과 같지 않다. 그러므로 지금 내게 가장 즐거운 일, 요즘 나에게 잘 작동하는 시간을 찾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다.
95P. 무심함은 세계를 자발적으로 탐구할 힘을 잃게 한다. 맞춤형 뉴스, 맞춤형 검색, 나를 위한 추천 상품 등을 제공하는 ‘관심 경제’에 대부분의 시간을 내어준 상태에서는 알고리즘이 정해준 수동적인 탐험만이 존재한다.
153P. 잘 살고 있다는 감각은 주관적이어서 기준을 세우는 게 어렵다. 누구나 인생의 좋은 시기와 힘든 시기를 번갈아 맞이하게 되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삶의 어떤 시기든 나를 놓치지 않는 감각이다.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 계속 묻고, 나를 외면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일. 느리더라도 자신을 지키며 천천히 나아간다면 그게 잘 사는 것 아닐까.
🔖 슬슬의 문장
9-10P. 오늘의 쉼을 내일로 미루지 않는 정성스러운 마음을 나는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다. 휴식을 위한 모든 탐험은 나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오늘 하루의 휴식도 소홀히 하지 않는 마음, 나를 위해 잠깐의 숨 쉴 틈을 만드는 마음, 불안하고 지친 나를 돌보고 싶은 마음이 이 탐험 내내 함께했으면 한다.
20-21P. 잘 쉰다는 건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반드시 해내야 할 숙제도 아니며, 거창한 무언가도 아니다. 잘 쉰다는 건, 그저 나와 친해지는 일이다. 무엇이 필요한지 내게 더 많이 물어보고 나 자신과 더 깊은 대화를 나누는 일이다. 나를 아끼는 마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일이다. 피곤한 나를 위해 한 박자 쉬어가기로 결정하고, 느린 나를 기다려주고 믿어주는 일이다. 그래서 쉼은 나를 아주 깊숙하게 사랑하는 일이다. 두려움의 장막을 거둬내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시간을 더 많이 만들어주자. 좋은 쉼은 그것을 늘 가능하게 한다.
113P. 진지하고 엄숙한 얼굴 대신 아이처럼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간다면 내 삶은 얼마나 생생해질까? 한 발짝 떨어져 보면 별로 심각하지도 않은 일에 팔자주름을 깊게 만드는 대신, 솔직하게 기뻐하고 아쉬워하고 엉뚱하게 굴 수 있다면 내 삶은 얼마나 더 충만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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