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4] 제10차 독서위원회 회의 결과 _ 즐거운 어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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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1] 남기고픈 유언✍🏻 [안건 2] 여전히 낯선 시대의 풍경😲
[안건 3] 멋진 할머니가 되기 위해선👵🏻 [안건 4] 지구가 한 시간 후에 멸망한다면🌏 [안건 5] 나의 유튜브 선생님📺
[안건 6] 나만의 쓸데없는 절약 습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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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멋지고 즐거운 어른이 되기엔 부족한 탓인지. (feat. 젊은꼰대) 아니면 멋지고 즐거운 어른이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조금은 갸웃하며 읽어 내려간 시간.
하지만 읽는 동안 문득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나는 어떤 어른이 될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우리 엄마도 이렇게 할 말은 하고 사는 어른으로 살아갔으면.” 멋진 어른을 만나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_늉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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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이만큼 먹고 곰곰 생각해보니 모든 것은 이미 지나갔거나 지나가고 있거나 지나갈 것들이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대충 살아도 괜찮아요.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별 일 안 생깁니다. 그러니 '어른'이라는 단어의 무게에 너무 짓눌리지 말아요, 우리. 그저 현재를 즐기다 보면 '멋진 어른'은 아니더라도 '즐거운 어른'은 되어 있을 거예요.
_슬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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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1] 유언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나요?
📋 근거조항
67P. 그럴 때를 대비해서 유언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으면 미리미리 해두자.
73-74P. 나는 내 인생에서 해야 할 숙제는 다 했고 이제까지 대충 즐겁게 잘살아왔다고 생각한다. 너희도 너무 애쓰지 말고 대충(이것이 중요하다) 살고, 쾌락을 좇는다고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뭔가 불편한 것이 있으면 이것부터 해결하는 방법으로 살면 소소하게 행복할 것이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한 종목의 운동을 늙어서까지 꾸준히 할 것이며 너무 복잡한 건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살도록 해라. 다행히도 재산이 많지 않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 아들딸 며느리 손자 손녀 너희들이 있어서 행복했고, 너희는 내가 지금도 씩씩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원천이다. 나의 장례는 그 시기의 일반적인 방법으로 할 것이며 화장해서 유골은 너희 아빠를 장사 지낸 것처럼 하고, 제사는 지내지 말고 그날 시간이 나면 너희끼리 좋은 장소에 모여서 맛있는 밥을 먹도록 해라. 또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너희 아빠는 꽃 피는 봄에 돌아가셨으니 나는 단풍 드는 가을에 떠나면 좋겠네. 그러면 너희는 봄가을 좋은 계절에 만날 수 있을 테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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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회상 ver.
모두가 알아줄 만큼 행복한 것도, 내 기억에 뚜렷하게 남을 만큼 불행한 것도 없는 삶이 서글펐어요. 나는 세상의 주인공은 아닌 것 같아서. 하지만, 사회에 나와보니 그것보다 더 큰 행복은 없더라고요. 부모님 덕분에, 또 나의 곁에 있는 사람들 덕분에, 별 탈 없이 살다 갑니다. 다음 생이 있다면, 또 이렇게 기억에 남는 듯, 남지 않는 듯, 그렇게 만나요. 어떤 생도 오래 남아 마음 쓰리지 않도록.
_늉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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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늉늉 / 기억에 남는 듯, 남지 않는 듯. 그래도 다음 생에 꼭 다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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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정리 ver.
아마 책이 꽤 많을 거야. 한 번도 안 펴 본 새 책이 훨씬 더 많아. 아까우니까 절대 버리지 마. 도서관이나 보육원, 아니면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해 줘. 중고서점에 팔아봐야 얼마 나오지도 않아. 좋은 일 했다는 꼬리표라도 달게 꼭 기부해. 그리고, 내 초록이들은 강인해서 아주 가끔만 물을 줘도 자기들이 알아서 잘 자라. 자연으로 돌려보내지 말고, 잘 돌봐주면 좋겠어. 그리고 내 소중한 뜨개실들… 책만큼 많지? 나도 알아. 처치곤란한 애물단지라고 생각하지는 마. 늉늉에겐 세상에서 제일가는(?) 보물일 거야. 늉늉네 집으로 보내. 끝.
_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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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 제가 먼저 떠나면... 늉늉에게 꼭 실을 보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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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2] 세상이 변해가며, 과거에는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았던 것들이 지금의 사회에서는 용인이 되기도 하고, 나아가 당연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에게 있어 낯선 지금 시대의 ‘풍경’이 있나요?
📋 근거조항
149P. 언제부턴가 여학생들이 앞머리에 굵은 헤어롤을 말고 길거리에 돌아다니더니(처음엔 경악했지만 이젠 익숙하다), 목욕하고 나온 여자들이 머리를 말리고 얼굴에 마스크팩을 붙인 채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그대로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그러고 나가냐고 물었더니 자가용을 타고 가기 때문에 괜찮다고 대답했다. 주로 젊은 여자들이 그러는데, 이게 시대적 영향인지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에겐 어떤 모습을 보여도 상관없다는 배짱인지 헤어롤과 같은 맥락에서 참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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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의 답을 고민하면서, '아, 나는 이 세상이 말하는 '꼰대'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수면바지를 입고 집 밖에 나가는 것, 회사에 슬리퍼나 크록스를 신고 출근하는 것, 책에 나온 것과 같이 헤어롤을 말고 길거리를 돌아다니거나 또는 업무 중에 헤어롤을 말고 있는 것 등을 지금까지도 이해할 수 없거든요.
저는 어떤 물건을 사용할 때, 기본적으로 정해져 있는 사용 목적과 사용 장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수면바지는 '잠을 잘 때' 입으라고 만든 옷이지, 그 옷을 입고 밖을 나가라고 만든 옷은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출근을 해서 슬리퍼나 크록스로 갈아 신을 수는 있지만, 출근을 할 때는 적어도 제대로 된 신발을 신고 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헤어롤도 마찬가지예요. 외출 '준비'는 집에서 하는 것! 정 시간이 없다면, 화장실에서 하는 정도의 예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저의 가치관을 누군가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저는 '목적과 상황에 맞게! 최소한의 기본은 지킬 것!'이라는 저의 기준이 맞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제 기준을 지키며 살아갈 겁니다.
_늉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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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늉늉 글에 난입한 슬슬 / 크록스... 신고 출근해서... 찔리는 1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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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 GPT가 일상 속에 자리 잡은 게 실감 나요. 제 주변 사람들은 편집, 기획, 마케팅 등 여러 영역에서 챗 GPT를 사용하더라고요. 저의 절친한 선배 숑은 챗 GPT로 기획안도 쓰고, 짧은 영상도 만들어요! 그리고 현재 저와 함께 일하고 있는 사수는 챗 GPT를 활용해 경쟁사의 정보를 크롤링해요. 크롤링한 정보를 엑셀로 정리해서 공유해 주셨는데, 글쎄 그 정보가 매주 월요일 아침 9시에 자동으로 업데이트된다는 거 있죠? 너무 신기하지 않나요? 제가 5시간 걸려서 해야 할 일을 이 친구는 5분 만에 해내더군요. 하지만 저는 아직 챗 GPT가 많이 낯설어요. 챗 GPT가 믿음직스럽지 않고, 자주 사용하지 않아서 불편하더라고요.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저에게 익숙한 방법으로 일을 처리하는 게 아직은 더 편해요. 하지만 다가오는 2025년에는 챗 GPT와 친해지고 싶어요. 제 업무의 30%를 자동화해서, 남는 시간에 새로운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낯설더라도 챗 GPT를 자주 사용해야겠죠?
_슬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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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3] 늙은이가 아닌, 멋진 할머니로, 즐거운 어른으로 살아가려면 우리는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 할까요? 내가 생각하는 ‘어른’은 어떠한 사람인지, 나는 그런 어른이 될 만한 사람인지, 이야기 나눠봅시다.
📋 근거조항
185-186P. 언제까지나 자기가 들어왔던 곡만 듣고 내 입맛에 맞는 음악만 듣는다면 우리는 새로운 것을 접할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어느 음악이나 첫번째에 바로 좋아지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생소하다. 몇 번쯤 반복해서 듣고 조금씩 익숙해져야 그 좋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세상의 이치와 같아서 내가 새로운 문화 현상이나 신문물을 호기심을 가지고 보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요즘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촉각을 세우고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는 일을 게을리하면, 순식간에 요즘 것들 ㅉㅉ 운운하며 시대와 불화하는 늙은이로만 존재하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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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생각과 비슷해요. 저는 시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변화에 벽을 두지 않을 것, 변화에 겁을 먹지 않을 것, 변화에 뒤처져도 좋으나 지레 포기하지 않을 것. 앞선 안건에 대한 제 답변처럼,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어요. 스스로 합리화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모든 변화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 안 되는 것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면 받아들여지는 대로 또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않는 대로, 그 변화를 경험하고 또 그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면 된다고 생각해요. 어른이 되어서도, 겪어봐야 아는 것이 분명 있습니다. 나눠봐야 아는 것도 분명 있고요.
경험하길 주저하지 않고 소통하길 꺼리지 않는다면, 이미 멋진 어른입니다. 저는 아주 멋진 어른은 아니어도 스스로에게 조금은 멋진 어른이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많지만, 그래도 경험하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거든요! 여러분은, 지금 어떤 어른인가요?
_늉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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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뱉은 말, 자신이 한 행동, 그리고 자신이 벌인 일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이 진짜 어른이라고 생각해요. 말의 무게, 행동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 말이에요. 제가 생각하기에 전 무늬만 어른이 아닌 진짜 어른이 될 자질이 충분히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한 번 뱉은 말은 지키려고 노력하고, 저에게 주어진 일은 어떻게든 잘 마무리하려고 애쓰거든요. 물론 그 과정에서 잦은 실수가 발생하기도 하고, 가끔은… 아주 치명적인 사고를 치기도 하지만요. 그래도 전 잘못을 감추고 숨기는데 급급하기보단 끄집어내서 해결하려고 애쓰는 타입의 인간이에요. 그래야 다음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테니까요. 이렇게 살다 보면 저도 언젠가 진짜 어른이 될 수 있겠죠?
_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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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4] 만약 지구가 한 시간 후에 멸망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가장 하고 싶나요?
📋 근거조항
38-39P.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인생 수업>(류시화 옮김, 이레)에서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이야말로 바로 우리 삶의 교사라고 했다. 삶은 “기회이며, 아름다움이고, 놀이”이므로 "그것을 붙잡고, 감상하고, 누리“라는 것이다. 죽기 전 아무도 더 많은 돈을 벌지 못한 것을 후회하거나 더 많은 권력을 쥐지 못한 것을 후회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더 많이 사랑하지 못했고 더 행복한 상태로 살지 못했음을 후회할 뿐이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이 있다면 지금 당장 그것을 해야 한다고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말한다. 글쎄? 마지막 순간에 내가 뭘 하게 될까? 나는 간절히 원하는 것도 없을 것 같다. 그냥 아이스크림이나 먹을까? 아니면 커피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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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한 시간 후에 멸망한다면 저는 가장 가까운 편의점에 갈 거예요. 그곳에서 칼스버그 한 캔과 포카칩 파랑이 한 봉지를 사겠습니다. 그리고 공원으로 가 벤치에 앉아 와그작와그작 감자칩을 씹고, 꿀꺽꿀꺽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겠어요. 배가 슬슬 불러올 즈음 엄마에게 전화를 할래요. 비록 지구는 한 시간 뒤에 멸망하지만, 마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조잘조잘 이야기를 할 거예요. 그냥 왠지 그 순간엔 엄마가 가장 보고 싶을 것 같아요. 엄마를 보러 가면 되지 않냐고요? 그건 불가능해요. 지금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 엄마 집까지 족히 세 시간은 걸리거든요. 집에 가는 길에 지구가 멸망하는 걸 보는 것보단 인마지막 맥주를 마시면서 엄마에게 전화를 하는 게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이죠!
_슬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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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 인생의 마지막 순간엔 칼스버그 한 캔과 포카칩 파랑이 한 봉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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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셋의 나이. 결혼이란 것을 해보겠답시고 곧 양가 부모님과의 상견례를 앞두고 있는데요. 준비는 준비대로 하고, 정작 결혼은 못 해보고 지구 멸망이라니. 억울해서 이렇게 떠날 수는 없습니다. 가능하다면 저는 남자친구, 그리고 양가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에 좋은 술 한 잔을 즐길 거예요. 한자리에서 함께 멸망한다면 귀신이 되어서도 또 가족으로 함께 하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미저리) 그리고 잘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지요. 기왕이면 때깔 좋게 다시 만나면 좋겠습니다.
_늉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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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늉늉 / 거창한 거 말고, 이런 소박하게 맛있는 거 해먹고 싶습니다. (f. 한우 #뭐가안거창한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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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5] 당신에게도 (과장을 조금 보태어) 세상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을 알려주는 ‘유튜브 선생님’이 있나요? 어떤 채널을 즐겨 보는지, 어떤 지식을 습득하는지 알려 주세요!
📋 근거조항
85-86P. 내가 이렇게 유튜브를 자주 열어보는 것은 우리 나이에는 요즘 세상에 대해서 모르는 게 너무 많고 이걸 일일이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각각 개인이 되어 식구들도 다 따로 살고 있으니 이곳이 나에게는 새로운 문물의 창이다. 우리는 평생 학생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유튜브는 나의 선생님이다. 그리고 나는 평생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이다. 공자의 인생일락(한자 나중에 꼭 채워라)이 ‘배우고 때로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인 게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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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유튜브 선생님 <너진똑>을 소개합니다. 초창기에는 채널명이 <너 진짜 똑똑하다>였어요. 한없이 모자란 저 같은 제자를 추켜세워주는 참된 선생님이죠. <너진똑>과 함께라면 난해하고 어려운 책도,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 두꺼운 벽돌 책도 삼십 분만에 격파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지 않고도, 책을 완독하고 완벽하게 이해한 것처럼 지식을 뽐내고 싶나요? 그렇다면 우리 함께 <너진똑> 해요.
_슬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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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진똑 /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완독한 적 없는) 카뮈 [이방인] 완전판 (세계 최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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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숏폼에 적응하지 못한 채 시대에서 뒤처지는 중인 제게… (현재진행형) 유튜브 선생님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제게도 세상에서 벌어지는 '별별' 일을 알려주는 선생님과 같은 프로그램은 한 가지 있습니다. '탐정들의 영업비밀'이라는 프로그램인데요. 언제나 그 끝은 '파국'에 이르는 엄청난 이야기들을 쏟아내는 프로그램… 거기서 무슨 가르침을 얻냐고요? '인간은 믿을 존재가 못된다', '세상은 언제나 조심 또 조심해도 위험하다', '대가 없는 호의는 없다', '나쁜 짓은 언젠가 다 들통나게 되어 있다' 등... 그야말로 실전형 인생의 가르침을 얻습니다.
_늉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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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늉늉 / '탐비'에 지배당한 늉늉의 시간...★ (피폐하다 피폐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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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6] 당신만의 ‘쓸데없는 절약 습관’이 있나요?
📋 근거조항
132P. 우리끼리 만나면 자신의 쓸데없는 절약 습관에 대해서 말하곤 한다. 언니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정장을 자주 입었던 시기에 팬티스타킹의 올이 나가면 그걸 그냥 못 버려서 두고 있다가, 다른 팬티스타킹의 올이 나가면 올이 나간 한쪽 다리 부분만 잘라내고 그걸 겹쳐 입었다는 거다. 가위로 고무줄을 조금 자르면서도 그렇게 입었단다. 그러다가 어느땐 ‘아이구 이거 버리자. 내가 이거 하나 제때 못 버릴 형편이냐.’ 속으로 이러면서 버리는데, 어쩐지 켕기는 기분이 든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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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 절약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멀어요. 아끼는 것보단 쓰는 걸 잘 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딱 한 가지 아끼고, 아끼고, 또 아끼는 게 있어요. 그건 바로 가스…! 저는 한겨울에도 가스 보일러를 오래 켜는 대신, 수면 양말을 신고, 수면 잠옷을 입고 전기장판을 켜요. 어차피 저는 침대 위에서 벗어나지 않을 거니까, 제가 머무는 구역만 따뜻하면 되거든요. 전기포트로 물을 끓여 보온 주머니에 넣고 그걸 끌어안고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설거지할 때, 세수할 때, 양치질 할 때, 샤워할 때 등 뜨거운 물을 사용한 후엔 수전을 꼭 차가운 물 쪽으로 돌려놓습니다. 이렇게 해야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는 말을 어디서 주워 들었거든요. 어때요 저? 이 정도면 가스 절약 천재 아닌가요.
_슬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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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 샤워 후엔 잊지 말고 차가운 물 쪽으로 수전 돌려 놓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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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절약은 별로 안 하면서, 유독 양말을 버리지 못하는 편입니다. 구멍이 난 양말도 기워 신지요. 양말을 사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새 양말이 없는 것도 아닌데요. 그럼에도 결국 손이 가는 건 꼬질꼬질, 구멍 나고 발목이 다 늘어난 양말이더라고요. 양말을 신었는데, 발목이 하나도 따뜻해지지 않는 기분... 그럴 때면 '이제 진짜 버려야지' 생각하면서도, 집에 돌아와 양말을 벗을 때가 되면 '한 번만 더 신을까?' 생각하게 되는 저를 저도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쓸데없는 절약'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요. 무의식중에 제 마음이 버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어딘가 쓸데가 있다는 거 아니겠어요?
_늉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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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늉늉 / "이 꼬질꼬질한 양말이 정녕 네 양말이냐.", "네, 부끄럽게도 그것이 모두 제 양말이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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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이당 백브리핑
_즐거운 어른의 중요한 문장들, 함께 짚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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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늉늉의 문장
105P. 방비를 단단히 한다 하더라도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올 일은 오고야 마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라, 그렇다면 미리 알고 전전긍긍할 것도 못 되니 차라리 맘 편하게 내 꿈은 개꿈이려니 생각하는 것이 속 편하다.
35P. 젊었을 때는 지지부진한 일상을 유지하면서 인생에서 중대한 뭔가를 빠뜨렸거나 어딘가에 더 중요한 인생의 알갱이가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으로 갈등한 시기도 있었다. 하나 중대한 것은 바로 그 일상을 잘 유지하는 것임을 알게 됐다. 일상이 깨어져봐야 아무 일 없이 일상을 잘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게 된다. 병원에 입원하거나 거처를 본의 아니게 옮겨야 하거나 사고를 당하거나 천재지변이 나는 등등의 일 없이 일상을 잘 지내왔다는 것이 평탄한 인생을 무리 없이 잘살아왔다는 뜻이 된다.
🔖 슬슬의 문장
124p. 인생의 끝이라고 해서 그것이 불행한 것만은 아니다. 노쇠하고, 내 주변의 모든 것이 변하고,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 왔을 때 인생의 끝지점으로 갈 수 있는 것도 축복이다.
174p. 그런 날들이 있었다. 노래 가사처럼 지나간 좋았던 날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날들이지만, 그런 날들이 있어 지금의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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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이당은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두 귀를 활짝 열고 있습니다.
당원 여러분의 솔직한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나날이 발전하는 이책이당이 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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