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1] 제9차 독서위원회 회의 결과 _ 빈틈의 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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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1] 타인을 신경 쓰다 나를 잃어버린 적 있나요?😥 [안건 2] 더 나은 하루를 위한 나만의 리추얼✨
[안건 3] 마음껏 자랑하고 뽐내요, 우리🖐🏻 [안건 4] 당신의 자존감은 안녕한가요? [안건 5] 나의 꽃밭, 당신의 꽃밭🌻
[안건 6] 족쇄처럼 느껴졌던 주변인의 바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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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 하나 할까요? 아마 여러분이 이 책을 읽고 나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거예요.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구나.’
복잡다단한 일상을 살아가는 게 지겹다면 자기 자신에게 ‘빈틈’을 선물하는 건 어떤가요. 그 첫 단계로 이 책을 읽어 보는 것도 좋겠어요.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양이 비슷하다는 사실이 위안이 될지도 모르잖아요.(아마도)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할 용기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아마도)
_슬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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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는 대로 열심히 살았는데, 왜 이렇게 공허하고 무기력할까” 딱 이런 마음으로,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에 한껏 짓눌린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나에게 잠깐의 위로가 되어준 책. '괜찮아, 잘 하고 있어' 따위의 다독임보다 그저 '나도 그랬어' 하는 덤덤함이 더 위로가 됩니다.
_늉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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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1]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쓰다가 나를 잃어버린 경험이 있나요?
📋 근거조항
73-74P. 사실 입사하기 전까지 학생으로 살아온 나에게 요구되는 것은 간단했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됐다. 그에 대한 평가도 객관적이고 일정한 기준에 따라 이루어졌다. 시험에는 명확한 정답이 있으니까. (···) 하지만 회사 생활은 달랐다. 요구되는 것들이 너무나도 다양했고, 그때그때 달랐으며, 노력을 평가하는 기준이란 것도 일정하다거나 객관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렇게 힘들었을까. 나에게 정말로 도움이 되는 조언이 무엇인지 구분하지도 못하면서 그 모든 요구 사항에 나를 끼워 맞추려 했다. 어느 것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다른 이들의 이야기엔 귀가 늘 쫑긋하고 서 있었으면서 정작 내 속 이야기는 외면했다. 내가 나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 어떤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지에 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다. 매일매일 여기저기서 뺨을 맞는 기분이라 그럴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잘 해내고 싶은 마음에 무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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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끄집어내야 해서 계속 미뤄뒀었어요. 지금의 슬슬은 선배들과 스스럼없이 잘 지내는 사람이지만, 갓 스물이 되었을 때는 그러지 못했어요. 겨우 한 살 차이 나는 선배가 어찌나 무섭던지요. 그 무서운 선배들에게 예쁨 받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좀 무리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나 싶네요.
할 말은 많지만 딱 세 가지 에피소드만 소개할게요. 일단 술을 숨어서 마셨습니다. 처음엔 종교적인 이유로 술을 마시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쩌다 우연히 막걸리에 푹 빠져 버린 거예요. 술을 사랑하게 되었지만, 왜 이랬다 저랬다 하냐고 혼이 날까 봐 숨어서 술을 마셨어요. 결국은 들켰지만요. 저는 웃을 때 눈이 자연스럽게 접히는 사람인데요. 왜 눈웃음을 치냐고 혼을 내더라고요. 그래서 웃고 싶은데 웃지 못했던 웃픈 경험도 있습니다. 선배가 했어야 할 학회 소개 발표를 제가 대신한 적도 있어요. 늦은 밤, 세상 친절하게 저에게 말을 걸어와서 드디어 저랑 친해질 마음이 생겼나 보다 했거든요? 그런데 발표를 떠넘기더라고요. 바로 다음 날 아침 발표라 제대로 준비할 시간이 없기도 했고, 대중 앞에서 이야기하는 걸 잘 못하는 터라 시원하게 말아먹고 혼난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합니다. 만약 누군가 저에게 스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하면, 저는 당당하게 거절할 거예요. 그때 그 선배들 때문이라도 절대 스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미안합니다. 첫 질문의 대답부터 화가 너무 많았네요.
_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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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이기 위해서는 아니지만, 타인의 요구에 맞추느라 나를 잃어버린 경험… 지금 제가 딱 그렇습니다. 출판계 종사한 지 n년차. 제가 일을 하면서 스스로 유일하게 자신할 수 있었던 것은, ‘게으르지 않다는 것’ 단 한가지였습니다. 일이 많다고 불평하지 않았고, 일이 적다고 시간을 흘려 보내지 않았어요. 부모님의 교육 철학에 따라 남의 돈을 받으면서 대충 일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게 지금 요구되는 역할은, ‘너무’ 많아요. 게으를 수 있는 시간조차 없습니다. 어떤 직장인이 역할이 적겠냐만은, 지금 제게 요구되는 것들은, 솔직히 말해 제가 감당하기엔 벅찹니다.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그저 어쩔 수 없기에, 억지로 저를 끼워 맞추는 중이예요. 저에게 수많은 요구를 쏟아내는 이들에 대한 원망도 크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도 이해해요. 하지만 저는 그 과정에서 저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스스로 그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강다솜 아나운서가 그 경험의 끝에서 자신을 찾기 위해 잠시 회사를 떠나는 선택을 했던 것처럼, 저도 저를 되찾기 위해 잠시 회사를 떠나려 합니다.
_늉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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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2] 나에게 더 나은 오늘을 선물하기 위해 행하는 나만의 (작고 사소한) 리추얼이 있나요? 일상 속에서 어떻게 자기 자신을 챙기고 있는지 이야기 나눠요.
📋 근거조항
121P. 별것 아닌 듯한 일상 속 '자기 챙기기'는 생각보다 빠르고 강력하게 기분을 나아지게 한다. 집에서 할 수 있고,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 나에게 집중하며 스스로를 달래주는 느낌이라 무너지는 마음을 다잡고 위로해주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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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고 심심한 노래를 좋아합니다. 요즘은 정밀아 님이나 강아솔 님 노래를 즐겨 들어요. 차분한 선율과 가사가 귀에 착 감기거든요. 그런데 하루를 마무리하며 샤워를 할 땐 평소에 잘 듣지 않는 K-POP을 들어요. 샤워할 땐 활기차고 리드미컬한 음악을 들어야 템포에 맞추어 빨리 씻을 수 있거든요. 에스파의 ‘spicy’를 들으며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가는 핫걸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스트레이키즈의 ‘소리꾼’을 들으며 격렬하게 내적 댄스를 추기도 합니다. 요즘 엠넷에서 방송 중인 <스테이지 파이터>라는 프로그램 아시나요? 최근엔 <스테파>의 오프닝 곡인 키스오브라이프의 ‘Maestro of My Heart’에 푹 빠져 있어요. 샤워하면서 K-POP 듣기. 리추얼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만큼 별 거 아닌 리추얼이지만, 신나는 노래를 흥얼흥얼 거리면서 씻으면 그냥 괜히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_슬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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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 같지만 [안건 1]에 대한 대답에 이어, 저를 챙길 시간이 없었습니다. 수행해내야 하는 역할이 많았거든요. 가끔 정신을 놓고 뜨개를 하는 시간 외에는… 제게는 근래의 거의 모든 시간들이 ‘해내야만’ 하는 시간이었어요. 그래서 지금부터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갖고, 저를 챙기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_늉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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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늉늉 / 너덜너덜한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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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3] 최근 여러분에겐 어떤 자랑스러운 일이 있었나요? 우리 눈치보지 말고 마음껏 뽐내봐요. 그리고 함께 기뻐하고 박수치는 시간을 가집시다.
📋 근거조항
213-214P. 아이일 때 우리는 제법 자랑을 할 줄 알았다. 이거 내가 그렸다! (입 안을 보여주며) 나 벌써 다 먹었다! 나 혼자 양치질 했다! 이거 내가 조립했다! 그러면 어른들은 활짝 웃는 표정으로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게 되는데 그 말에 또 우리는 작은 어깨를 으쓱하기도 했다. (···) 하지만 크면서 우리는 점점 자랑의 기쁨을 잃어버린다. 가장 최근에 한 자랑이 뭔지, 어떤 일을 기쁘게 축하받은 적이 있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그런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는 건 자랑을 잃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비교와 경쟁이 심한 사회에서 자라며 내 자랑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할 수있다는 알게 되고, 반대로 누군가의 자랑에 불편함도 느끼면서 좋은 일을 너무 티내지는 않는 '어른'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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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저 인센티브 받았습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분기별로 인센티브가 책정이 되어 있는데요. 2분기 목표를 달성해서 10월 초에 인센티브를 꽤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3분기 목표도 달성해서, 올해 말에 인센티브를 한 번 더 받을 예정이랍니다. 앞으로 저를 부자 슬슬이라고 불러 주세요. 보통 돈 자랑을 들어준 사람에게 돈을 써야 한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저에게 “인센티브 받은 거 축하해!”라고 진심 어린 축하의 메시지를 보낸 분들에겐 붕어빵 사드릴게요. (매우 소소)
_슬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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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 붕어빵 얻어드실 분 구합니다 (feat. 들고 있는 책이 때마침 빈틈의 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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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나 몸치일 수가.’ 얼결에 시작하게 된 테니스에 지난 3개월 간 정말 좌절만 맛보았습니다. 코치님 앞에서 울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알아요! 아는데 몸이 안되는 걸 어떡하냐고요!” 그러던 제가, 이제 아주 조금, ‘발’을 쓸 줄 알게 되었습니다. 테니스가 발로 하는 운동이라는 것, 아셨나요? 발로 하는 운동에 3개월만에 발을 쓰게 된 것… 자랑해도 되는 것 맞죠?
_늉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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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늉늉 / 뽀짝뽀짝 뛰어다니는 늉늉. 꽤나 역동적이었는데, 이렇게밖에 보여줄 수 없다니 아쉽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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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4] 나의 자존감은 균형을 잘 이루고 있나요? 자기 효능감, 자기 안전감, 자기 조절감. 우리는 이 세 축의 균형을 잘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우리의 삶과 마음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봅시다.
📋 근거조항
54P. 자존감은 세 발 탁자로 구성되어 있다. 자기 효능감, 자기 안전감, 자기 조절감이라는 세 축 중 하나만 무너져도 온전히 유지되기 힘들다. 그런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무너진 축을 수리할 생각은 하지 않고 이미 튼튼한 축을 더 두껍게만 하는 것이다. 백이면 백, 모두 ‘자기 효능감’을 자존감의 전부라 믿고 노력해 고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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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효능감도, 자기 안전감도, 자기 조절감도, 바닥나 있는 때인 것 같아요. 나란히 바닥이 나 오히려 균형감이 있달까요...? 우울함에 빠져 몸과 마음을 팽개쳐두었던 시간들은 과거로 보내고, 이제 다시 바닥을 차고 올라가려 합니다. 나란히 바닥 났으니, 균형있게 나란히 고치면 되죠! 올해가 끝날 때쯤이면 튼튼한 ‘자존감’ 탁자를 가진 늉늉이 되고 싶습니다.
_늉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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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덤벙대고, 실수도 잦고, 모든 일에 미숙한 사람이에요.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난 동료에게, 친구에게, 가족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존재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에게 난 그다지 쓸모 있는 사람인 것 같지 않은데. 왜 나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거지?’ 이런 생각이요. 물론 겉으로는 절대 티 내지 않지만, 혼자서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꽤 자주 한답니다. 아무래도 전 자기 안전감과 자기 조절감에 비해 자기 효능감이 조금 떨어지는 사람인 것 같아요.
하지만 ‘자기 효능감을 얼른 키워야 해!’ 이런 생각은 들지 않아요. 시간이 흐르고, 조금 더 나이를 먹으면 차분하고, 실수를 덜하고, 어떤 일에는 능숙한 그런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
_슬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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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5] 다시 힘을 내어 일상을 살아가게 하는, 당신의 ‘꽃밭’은 무엇인가요?
📋 근거조항
100P. 천천히 살펴보니 보였다. 그들에게는 모두 자기만의 꽃밭이 있었다. 친한 라디오 작가 언니는 퇴근 후 플라멩코를 추고 나면 직장에서 있었던 일 생각이 싹 날아간다고 말했다. (중략) 메이크업을 해주는 친구는 네일아트를, 다른 친구는 현대무용을, 어떤 선배는 농구를, 어떤 동생은 아이돌 덕질을 자신만의 꽃밭으로 갖고 있었다. 그들은 시간을 내어 잠시 일상에서 한발 물러나 그 꽃밭을 가꿨다. 그렇게 직장과 일상을 분리하고 있는 듯했다. 꼭 생산성 있거나 쓸모 있어 보이는 일이 아니더라도 자기만의 꽃밭을 공들여 가꾸는 그 활동이 자신을 아껴주고 충전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그들을 지켜보며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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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 꽃밭은, 늘 등장하던 ‘뜨개’가 아닙니다. (뜨개라고 예상하셨죠?) ‘대체 한 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싶게, 제 삶은 모든 활력을 잃은 상태와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런 제게 지금 유일하게 남은 꽃밭 하나는, 제 남자친구예요.
책속에서 말하는 ‘꽃밭’은 그런 게 아닐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지금 제게 저를 아껴주고 충전하는 유일한 시간은 제 남자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이에요. 힘듦을 전가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또는 도피하는 것일지도요. 그렇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조금 더 이렇게 있고 싶어요. 또 다른 제 꽃밭을 찾을 때까지요.
_늉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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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늉늉 / 초상권 보호를 위한 (지나친) 흐림 효과. 이러고 노는 모든 시간이 행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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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CM에서 아이쇼핑하기👀 세상엔 예쁘고 멋진데 귀엽고 실용적이기까지 한 물건이 참 많아요. 그런 아이템들을 한 곳에 모아 파는 29CM에 출석도장을 찍고 있습니다. 신상 옷과 신발은 물론이고, 우리 집 초록이들에게 잘 어울릴 게 분명한 화분, 보기만 해도 잠이 스르르 들 것 같은 포근한 이불과 베개, 빨래 바구니로 쓰면 딱 좋을 것 같은 커다란 라탄바구니까지. 29CM는 없는 물건이 없는 곳이에요. 하지만 모든 물건을 우리 집으로 들인 순 없잖아요. 제 자산은 한정적이니까요. 그래서 마음에 드는 물건이 생기면 위시리스트나 장바구니에 담아둡니다. 그리고 월급날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세어보죠. 여유가 조금 생기면, 미리 골라둔 물건 중 하나를 구매해요. 모두들 이런 낙으로 회사생활(이라고 쓰고 일상이라 부른다.)하고 계신 거 맞죠…? 말하고 보니 물질만능주의에 찌든 사람 같군요.
_슬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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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의 29CM 위시리스트 중 극히 일부. 겨울이 다가오고 있어서인지 니트류에 눈이 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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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6] 부모나 형제 등, 주변인의 마음과 바람이 나에게 압박과 족쇄가 되었던 경험이 있나요?
📋 근거조항
151P. ‘건강하게만 자랐으면 좋겠어요.’
어렸을 때 티브이를 보면 종종 이런 말이 등장하곤 했다. 아이에게 바라는 것이 건강밖에 없다니, 정말 소박하고 자상한 마음을 가진 어른들 같았다. 아마도 정말 그랬을 것이다. ‘공부도 잘했으면 좋겠고, 이왕이면 예쁘고 잘생겼으면 좋겠고, 돈도 많이 벌고, 부러워할 직업도 가졌으면 좋겠다’ 같은 수많은 바람을 물리치고 단 하나 건강을 택하다니, 이보다 소박하고 자상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 부모님도 그런 바람을 가진 분들이었고, 나는 오직 건강만을 바라는 그 마음이 자주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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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늉늉이는 알아서 잘 할 거야.’ 제게 직접적으로 하신 말씀은 아니었지만, 제 부모님이 당신의 지인들에게 종종 하곤 했던 말입니다.
제게는 위로 두 살 터울의 형제가 있어요. 많은 ‘첫째’들이 그렇듯, 부모님의 많은 기대 속에 엇나가기도 했던, 저희 집안의 아픈 손가락입니다. (엄청난 가정사 아니고요, 그저 모두들 조금 미안해 하는 정도입니다. 잘 살고 있는 첫째둥절…) 부모님은 저희 집 첫째와의 이런저런 갈등 끝에, 둘째인 제게는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게 되셨어요. ‘알아서 해라’, ‘알아서 잘 할 거다.’ 그 자유가 기쁘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압박이 되더라고요. 알아서도 ‘잘’ 해내야만 했으니까요.
그렇지만 공부도 썩 잘하지 않았고, 사고도 썩 쳤고, 그렇게 어느 하나 특출난 것 없이 평범하게 컸습니다! (나름 반전) 그리고 제게 ‘잘’이란 ‘뛰어남’보다는 ‘안정감’으로 자리잡았어요. 알아서, 뭐든, 큰 흔들림 없이, 하게 되었으니까요.
서미란 pd가 그랬듯, 자라서 보니 그 사랑의 소중함도 알 것 같습니다. 당시엔 압박이었지만, 그 ‘믿음’ 안에서, 저는 큰 파도를 만나지 않고 잘 자랐거든요.
_늉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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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저에게 종교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주어지지 않았어요.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교회에 다녔거든요. 태어나기 전부터 부모님과 교회에 가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부모님은 늘 저에게 예수님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부모님처럼 교회에 헌신하길 바랐죠. 하지만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어린 슬슬은 주말 아침에 일찍 일어나 교회에 가는 대신, 느지막이 늦잠을 자다가 친구의 생일 파티에 가고 싶었고요. 피아노를 칠 땐 성가곡보단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고 싶었어요.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성인이 된 후론 타지에서 혼자 떨어져 지내고 있는터라 교회에 자주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대신 부모님으로부터 전화가 자주 와요. 전화를 받자마자 나오는 첫마디는 항상 “교회 다녀왔니?”입니다. 가끔은 저한테 할 말이 교회 다녀왔냐는 말뿐이 없나 싶어 섭섭하기도 해요. ‘교회에 성실하게 다니는 착한 아이’이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마음이 나이 서른이 된 지금도 많이 버겁네요.
_슬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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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이당 백브리핑
_빈틈의 위로의 중요한 문장들, 함께 짚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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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슬의 문장
129P. 여행자에겐 의무가 없다. 내 마음대로 할 일을 정할 수 있고, 언제든 일정을 바꿔도 상관없으며, 그 모든 것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대도 다 여행의 묘미라고 여길 수 있다. 길을 잃어도, 지친 체력 때문에 늘어지게 늦잠을 자도 그것조차 여행의 일부다. 그러려고 여행을 떠나온 거니까.
192P. 진료실에서 제가 많은 환자 분들에게 동일하게 드리는 말씀이 있어요. 공부든, 일이든, 운동이든, 대인관계든, 연애든 힘을 좀 빼야 잘 된다고요. 간절함이 만들어 낸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오히려 성취를 막는 것을 정말 많이 봐왔거든요. 물론 머리로는 알지만 생각과 마음은 뜻대로 조절되지 않죠. 저는 이런 생각과 마음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이 한계를 인정하고 환경을 잘 설정하는 사람이 결국 좋은 결과물을 낸다고 생각해요. (···) 그런데 적절한 '힘 빼기'를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남들은 다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데 나만 부족하다 느끼기 쉽지만, 힘을 빼고 균형을 잘 잡는 일은 모두에게 어려운 문제예요. 그러니 여러 차례 시도해 보고, 실패를 경험 삼아 나만의 방식을 찾는 게 중요하겠지요.
🔖 늉늉의 문장
142-143P. 사소한 것이라도 당신에게 안정을 주는, 좋아하는 무언가를 꼭 알아챘으면 좋겠다. 그게 나의 세수 후 로션 바르기처럼 매일 하는 것이라 특별할 것 없어 보여도, 그저 내게 효과가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그 시간을 좋아하면 된다. 이렇게 하루에 한 번쯤 날 아껴주려 시도한 시간들이 쌓이다 보면 나는 나를 아낄 줄 아는 사람이 된다. 그 시간들은 분명 자꾸만 흔들리는 내 마음을 받쳐주는 단단한 지지대가 되어줄 것이다. 이런 시간들이 그저 무용한 것이라고 느껴진다면, 당신은 지나치게 애쓰는 삶을 살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마음과 몸이 갈려 나가는 것도 모른 채 살고 있을 수도 있다. 최선을 다하는 열정적인 삶을 비하하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나도 분명 마음을 다해 노력했을 대 그 결과도 더 반짝반짝 빛난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를 살펴가며 해야 한다. 한계까지 밀어붙여 그 한계를 극복하며 성장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아예 부러져버리기도 한다.
203P. 산책을 다녀온 봄이 얼굴에 온통 초록색 풀물이 들어있을 때, 흥분을 주체하지 못해서 활짝 웃는 표정이 나올 때, 흙 발자국을 내 옷 여기저기 묻힐 때. 그럴 때 나는 조금 뭉클한 마음도 든다. 잠시라도 우리 개가 조심하지 않고 마구마구 신나는 하루를 보낸 것 같아서.
214P. 어른이 되는 건 자랑을 잃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비교와 경쟁이 심한 사회에서 자라며 내 자랑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반대로 누군가의 자랑에 불편함도 느끼면서 좋은 일을 너무 티내지는 않는 ‘어른’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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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이당은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두 귀를 활짝 열고 있습니다.
당원 여러분의 솔직한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나날이 발전하는 이책이당이 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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