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15] 제13차 독서위원회 회의 결과 _ 파이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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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1] 바다에 표류하고 있을 때, 당신에게 위로를 주는 무언가🌊 [안건 2] 동물 이야기🐯 or 인간 이야기🧑🏽
[안건 3] 맛, 풍경, 냄새와 관련된 강렬한 경험😃 [안건 4] 대가 없는 호의를 베푼적 있나요?💖 [안건 5] 애틋한 존재와의 작별💦
[안건 6] 바다 표류 100일 차, 꼭 먹고 싶은 음식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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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사랑받는 명작에는 분명하게 이유가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판타지 같은 이야기에 깊게 빠져들어 그 기적을 마침내 믿고 싶어지는 순간, 기어이 그것을 박살 내버리는 잔인함마저도 환호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아직 이 명작을 읽지 않은 이들에게 스포일러가 될 것 같으니 많은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단 몇 페이지. 내가 믿던 세계가 완전히 부서지는 그 경험을 꼭 한번 해보시길.
_늉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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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 좋아하세요? 저는 밍밍하고 슴슴한 평양냉면을 그리 좋아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이들이 그러더군요. 밍밍하고 슴슴한 맛으로 먹는 거라고요. 그게 맛있는 거래요. 『파이 이야기』가 바로 평양냉면 같은 책입니다. 읽을 땐 잘 몰랐어요. '어떻게 이 책이 맨부커상을 받았지? 왜 전 세계인이 극찬을 하는 거지? 너무 심심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했는데요. 지금도 문득 파이가 구명보트를 타고 태평양 한가운데에 표류하고 있는 장면이 떠오르는 걸 보니, 이 작품은 명작이 맞습니다. 은은한 여운이 오래 남는 이 책,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라요.
_슬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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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1] 드넓은 태평양에서 227일 동안 표류한 파이 파텔. 기나긴 여정 동안 그에게 큰 위로가 되어준 것은 종교였습니다. 만약 우리가 파이 파텔처럼 바다에 표류하게 되었다면, 무엇으로부터 위로를 얻을 수 있을까요?
📋 근거조항
260P. 나는 환경에 맞게 조절한 종교의식을 거행했다_사제나 성찬식 집례자가 없는 혼자만의 미사를 올렸고, 신상도 없고 공양도 없는 힌두교식 제사를 올렸다. 메카가 어느 쪽에 있는지도 모른 채 엉터리 아랍어로 알라신께 예배했다. 그런 의식이 위로를 주었다. 그건 확실하다. 하지만 힘들었다. 정말이지 힘들었다. 신을 믿는 것은 마음을 여는 것이고, 마음을 풀어놓는 것이고, 깊은 신뢰를 갖는 것이고, 자유로운 사랑의 행위다. 하지만 때로는 사랑하기가 너무도 힘들었다. 때로는 내 마음이 분노와 절망과 약함으로 급속히 가라앉아서, 태평양 바닥에 처박힐 것 같았다. 거기서 다시 올라오지 못할까 두려웠다. 그런 순간이면 기운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남은 셔츠 쪼가리로 만든 터번을 만지면서 "이건 신의 모자다!'라고 큰 소리로 외치곤 했다.
바지를 만지면서 큰 소리로 "이건 신의 의복이다"라고 소리치곤 했다.
리처드 파커를 손짓하면서 크게 "이건 신의 고양이다!"라고 고함지르곤 했다.
구명보트를 가리키면서 목청껏 "이건 신의 방주다!"라고 소리 지르곤 했다.
양손을 쫙 펴면서 우렁차게 "이건 신의 넓은 땅이다!"라고 외치곤 했다.
하늘을 손짓하면서 크게 "이건 신의 귀다!"라고 말하곤 했다.
이런 식으로 창조를 상기하고 그 안에 있는 나의 자리를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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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특별히 종교를 믿으며 살아가는 사람은 아니지만, 망망대해에서 남은 가족의 생사는 알 수 없고 죽음에 맞서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면 가장 먼저 신을 찾게 될 것도 같습니다. 그 무엇도 수중에 없는 상황이잖아요. 그 상황을 버티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뭐가 없더라고요. 가족이 살아있었다면 얘기가 달라졌겠지만요.
'가족들의 몫만큼 내가 살아가기 위해 버텨내야지, 하는 책임감이 발휘되려나.'라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죽음을 눈앞에 두고 그런 숭고한 책임감 따위,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극한의 상황이라면 그저 '기적'에 기대게 될지도요.
_늉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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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에 가족 모두를 잃었어요. 그리고 망망대해를 표류하게 됐죠. 그 상황에서 ‘슬픔을 달래거나 괴로움을 덜어낼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까요? 하루이틀 정도는 구조될 거라는 희망을 품고 먼바다 너머를 계속 바라볼 거예요.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그냥 삶을 놓아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파이처럼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하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결론은, 그 무엇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 같아요.
_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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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슬 /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 위를 표류 중인데... 어디서 위로를 찾을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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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2] 파이는 배가 난파된 원인을 조사하러 나온 직원에게 동물이 나오는 이야기와 사람이 나오는 이야기, 두 가지 이야기를 해 줍니다. 우리가 운수성 해양부의 직원이었다면, 두 이야기 중 어떤 이야기로 보고서를 작성했을까요?
📋 근거조항
394P. "그럼 말해보세요. 어느 이야기가 사실이든 여러분으로선 상관없고, 또 어느 이야기가 사실인지 증명할 수도 없지요. 그래서 묻는데요, 어느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드나요? 어느 쪽이 더 나은가요? 동물이 나오는 이야기요, 동물이 안 나오는 이야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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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나오는 이야기가 더 듣기 좋은 이야기는 맞지만, 저는 동물이 안 나오는 이야기로 보고를 하겠습니다. 우선 사실을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짓을 말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그 사실에는 감추고 싶은 끔찍한 기억도 많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기억도 있어요. 파이의 어머니가 아들을 지키기 위해 희생했다는 것 말입니다. 다른 끔찍한 기억을 덮기 위해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그 기억까지 덮어버리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요?
"가장 끔찍한 일은, 이제 어머니의 모습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거지요. 마음속으로 어머니를 그릴 수 있지만 모습은 점점 멀어져요. 잘 보려고 하면 곧 희미해져 버려요. 목소리도 마찬가지고. 거리에서 어머니를 다시 만난다면 모든 게 되살아나겠지요. 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테지요. 자기 어머니 모습을 기억할 수 없다니 정말 슬픈 일이에요."
아마 그가 어머니의 모습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죄책감'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머니의 사랑까지 스스로 묻어버렸다는 사실이,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요?
_늉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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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동물이 나오는 이야기로 보고서를 쓰겠어요. 세상엔 기묘하고 이상한 일이 많이 일어나니까요. 인간의 상상의 범위를 넘어서는 일도 많이 일어나죠. 그러니 200kg이 넘는 커다란 벵골호랑이 한 마리와 작은 구명보트 위에서 227일을 공존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고, 내가 겪어보지 않은 일이라고 해서 타인이 겪은 일이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_슬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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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3] 파이 파텔은 바다 위에서 커민 향과 비슷한 화염신호기 향을 맡습니다. 그리고, 바다 내음이 가득한 태평양을 떠다니는 구명보트 위에서 자신의 고향인 폰디체리를 한순간에 떠올려요. 이처럼 냄새, 풍경, 또는 맛에 대한 강렬한 경험이 있나요?
📋 근거조항
248-249P. 사용한 화염신호기 껍질 냄새가 기억에 선하다. 묘한 화학 작용으로, 화염신호기 껍질은 커민(미나리과 식물로 향신료로 쓰인다_옮긴이)과 냄새가 똑같았다. 그 냄새를 맡으면 취한 기분이었다. 플라스틱 껍질에 코를 박고 킁킁대면, 곧 마음에 폰디체리가 되살아났다. 그것은 도움을 청해도 응답 없는 절망 속에서 맛보는 놀라운 위안이었다. 그 강력한 경험은 환각에 가까웠다. 냄새 한 번으로 고장 전체가 살아났다(지금은 커민 냄새를 맡으면 태평양이 눈앞에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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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태국으로 여행 갔을 때 먹었던 '쏨땀'의 기억이 꽤 강렬하게 남아 있는데요. 여행 첫날, 숙소로 돌아가던 중에 길거리에서 쏨땀을 팔고 있는 노점상을 보았습니다. 숙소에 들어가서 간단하게 맥주나 한잔할 생각으로 쏨땀을 사들고 숙소로 돌아갔죠. 그때 먹었던 쏨땀은... 제 인생 최고의 음식이 되었습니다. 이후로 여행 내내 매일 쏨땀을 사 먹었어요. 그런데 음식점에서 사 먹는 건 또 그 맛이 안 나더라고요.
그때 그 길거리의 풍경, 미리 준비해 둔 재료를 대충 휙휙 넣는 것 같던 손길, 예상 밖의 미미(美味)! 상상만으로도 여전히 이렇게나 생생한 걸 보니, 다시 그 맛을 본다면 여행을 하던 때로 순식간에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_늉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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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늉늉 / 본토에서도 못찾은 또다른 '미미 쏨땀'을, 한국에서 찾는 미련한 늉늉. (좌, 중) 식당표 (우) 늉늉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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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경험은 아니고요. 그냥 경험 하나 소개할게요. 예전에 잠깐 알고 지내던 친구의 향수 냄새를 길거리에서 종종 맡아요. 그 친구가 사용하던 향수가 굉장히 흔한가 봐요. 한 달에 두세 번은 그 향수 냄새가 코를 찌르더라고요. 그럼 그 친구가 0.00001초 정도 떠올라요. 떠오른다기보단 스쳐 지나간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네요. 특히 파주에서 그 향수 냄새가 많이 나는데요. 아무래도 파주 사람들이 애용하는 향수인 가 봐요. (안 궁금하시겠지만, 그 친구도 파주 사람이에요.)
_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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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4] 파이는 바다에서 227일을 표류하다 겨우 육지에 다다릅니다. 그리고, 가난한 마을의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넘치는 호의와 관심을 받아요. 그들은 먹을 것과 옷을 파이에게 나눠주고, 가족을 잃은 파이를 잘 보살펴 줍니다. 당신에게도 대가 없는 호의를 베푼 경험이 있나요?
📋 근거조항
18P. 멕시코 병원의 의료진은 믿지 못할 정도로 내게 친절했다. 환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암 환자나 교통사고 환자들이 내 소문을 듣고는 휠체어를 밀며 모여들었다. 보호자들까지 모여들었다. 영어를 하는 사람이 없고, 나는 스페인어를 못하는데도. 그들은 미소를 보내고, 손을 잡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내 침대에 음식과 옷가지를 놓아주기도 했다. 그들 때문에 난 참지 못하고 웃음과 울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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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2년부터 세이브더칠드런과 그린피스에 후원하고 있어요. 2024년부터는 굿네이버스에도 후원하고 있습니다. 월급의 3% 정도는 누군가의 삶을 응원하는데 쓰려고 노력해요.
2. 유기견 보호센터에 사는 귀여운 친구들을 위해 안 쓰는 수건을 기부한 적 있어요. 소정의 후원금도 동봉하여 보냈답니다. 어차피 더는 안 쓰는 물건을 보낸 거라 기부라는 거창한 단어를 쓰기 부끄러운데요. 내가 더 이상 쓰지 않는 물건이 누군가에겐 쓰임이 있는 물건이라는 게 꽤 기분 좋더라고요!
3. 예전에 파주에서 회사를 다닐 땐 카풀을 했습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제가 운전자였어요. 어차피 저도 출퇴근을 해야 하니 같은 동네에 사는 동료에게 교통수단을 제공했어요. 오고 가며 수다도 떨고 나름 즐거웠답니다.
4. (오늘 있었던 일) 사무실을 깨끗하게 청소해 주시는 여사님이 손가락을 살짝 다치셨길래 밴드 하나 붙이시라고 건네드렸어요!
_슬슬 |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 것을 보니 저는 그다지 착하게 살아온 사람은 아닌가 봅니다. 그저 일에 치여 힘들어하는 동료의 일을 조금 덜어준다거나, 육아가 힘든 친구를 위해 저녁 시간을 함께해 준다거나 하는, 딱 그 정도의 '내 사람을 향한 호의'를 베풀기도 하지만, 이것을 대가가 없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내 사람들에게 건네는 친절은 언제든 돌아오게 되어 있다고 믿고 있고, 사실상 그것을 '대가'라고 생각하거든요.
나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을 위한 호의라 하면, 저는 단 한 가지 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에 9년째 정기후원을 하고 있는데요. 많지 않은 돈이지만, 그것으로 누군가의 삶에 작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때때로 지치는 삶에 꽤나 큰 동력이 되곤 합니다. 더 많은 호의가 생각나지 않는 것은 조금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네요.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며, 호의를 베푸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_늉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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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5] 당신이 힘들 때마다 의지하던 존재 혹은 열렬하게 아끼고 사랑하던 무언가와 작별을 한 경험이 있나요? 사람, 동물, 식물, 혹은 무생물과의 이별도 괜찮아요. 그 경험에 대해 이야기 나눠요.
📋 근거조항
353-354P. 나는 그가 내 쪽으로 방향을 틀 거라고 확신했다. 날 쳐다보겠지. 귀를 납작하게 젖히겠지. 으르렁대겠지. 그렇게 우리의 관계를 매듭지을 거야. 그는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다. 밀림만 똑바로 응시할 뿐이었다. 그러더니 고통스럽고, 끔찍하고, 무서운 일을 함께 겪으면서 날 살게 했던 리처드 파커는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내 삶에서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 나는 아이처럼 울었다. 고난을 딛고 살아나서가 아니었다. 물론 고난을 극복하긴 했지만. 형제자매를 만나서도 아니었다. 사람을 본 것이 감동적이긴 했지만. 내가 흐느낀 것은 리처드 파커가 아무 인사도 없이 날 버리고 떠났기 때문이었다. 서투른 작별을 하는 것은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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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친구의 강아지와 두어 달 함께 지냈어요. 저(=낯선 사람)만 보면 큰 목소리를 과시하며 “컹컹-!” 짖는 까만 강아지가 처음엔 무서웠어요. 그래도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니, 자연스레 가까워지더라고요. 밥과 마실 물을 챙겨주고, 산책을 하고, 목욕을 시키고, 잠도 함께 잤습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문이 열리기 무섭게 고개를 빼꼼 내밀고 반가워하는 따뜻한 생명체를 어떻게 예뻐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두 달이 흐른 뒤 까망이는 자기 가족에게 돌아갔어요. 저도 모르는 사이 그 조그만(?) 생명체에게 의지를 많이 했었나 봐요. 한동안 굉장히 헛헛했거든요. 그런데 아무래도 저 혼자만의 짝사랑인 것 같습니다. 뒤도 안 돌아보고 집으로 돌아가더라고요. 섭섭하지만 어쩌겠어요. 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을… 아직도 까망이 사진을 자주 들여다보면서 그리워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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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 치명적인 그녀의 뒷태, 그리고 귀염뽀짝한 발자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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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코코와의 이별은 아마 노인이 되어서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일 거예요. 사실 저는 코코에게 가족 내 서열 4위, 꼴찌로 낙인찍혀 그리 사이좋게 지내지는 못했습니다. 제 말은 잘 들어주지 않아 싸우는 날이 더 많았죠. 당시에는 반려견을 어떻게 키워야 잘 키우는 것인지 충분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키웠던 터라, 제 인형을 물어뜯었다고 혼내고, 연예인 포스터에 오줌 쌌다고 또 혼내고, 부르는데 자꾸 도망간다고 혼내고. 그렇게 매일 혼만 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늘 제가 잠들 때까지 옆에 있어주다 가던 코코… (잠이 들었다 생각하면, 한숨을 쉬고 뒤를 돌아가던 뒷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런 코코가 나이가 들고 심장이 좋지 않아 건강이 계속해서 안 좋아질 즈음, 저는 대학생이 되어 지방으로 내려가 있었는데요. 갑작스럽게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전화를 받은 새벽부터 아침이 되도록 세상이 떠나가라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지금까지의 제 생 중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린 날이 아닐까 싶네요. 다시 만난다면 그때보다 훨씬 잘해줄 수 있는데. 코코는 언젠가 제게 다시 기회를 줄까요? 어떠한 생에서든, 꼭 한 번은 다시 만나면 좋겠습니다.
_늉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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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늉늉 / 다시 만나면 그땐 같이 자자고 괴롭히지도 않고 정말 정말*9745246 잘해줄게! 꼭 다시 만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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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6] 배가 난파되어 바다에 표류하게 된 당신. 바다에 표류한 지 100일이 넘게 지났다면, 어떤 음식이 가장 먹고 싶을 것 같나요?
📋 근거조항
298P. 우리는 사흘이나 아무것도 못 먹고 있었다. (···) 배가 고팠지만, 계속 먹을 것 없이 지내야 했다. 물로 말할 것 같으면, 리처드 파커가 워낙 많이 마셔서 나는 하루에 다섯 숟가락이나 먹는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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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할 때부터 답은 정해져 있었어요. 떡볶이. 무조건 떡볶이입니다. 조금 과장해서 제 키와 몸무게의 7할은 떡볶이가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떡볶이를 좋아해요. 떡볶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어요. 하지만 단지 떡볶이를 좋아해서 이 음식을 꼽은 건 아니에요. 나름 논리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출렁이는 바다 위에서 생활을 하면 멀미가 심하겠죠? 속이 울렁울렁거릴 거예요. 느끼한 속을 달래줄 매콤한 음식이 필요할 테니 떡볶이를 먹어야 해요. 또 탄수화물을 적당히 섭취를 해줘야, 기분이 좋고 에너지도 생기잖아요. 바다 생활을 오래 하면, 물고기나 잡아먹지 탄수화물을 제대로 먹었겠어요? 부족한 탄수화물을 빵빵하게 채워줄 수 있는 음식도 역시 떡볶이예요. 어떤가요. 나름 합리적이지 않나요.
_슬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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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 떡볶이를 그렇게 많이 먹는데, 왜... 2년이 훌쩍 지난 사진 한 장 뿐이 없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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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엇이든 '엄마(아빠)의 음식'일 거예요. 어린 시절엔 왜 그게 그렇게도 지겨웠는지. 외식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던 그 기억만큼, 이제는 집밥을 먹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고등어조림, 소고기뭇국, 연근조림, 비빔국수, 오이냉국, 수육, 제육볶음, 콜라닭... 뭐 하나 고를 수가 없네요. 이 밤에 또 침이 고이니 그만 상상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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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늉늉 / 손맛 가득한 엄빠표 생일상. 아, 아버지가 낚시를 하시지만 회는 산 겁니다. (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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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이당 백브리핑
_파이 이야기의 중요한 문장들, 함께 짚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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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늉늉의 문장
260-261P. 절망은 빛이 드나들지 못하게 하는 무거운 어둠이었다. 그것은 이루 표현 못 할 지옥이었다. 그것이 늘 지나가게 해 주시니 신께 감사하다. 다시 매달라고 아우성치는 매듭이나 그물 주변에 물고기 떼가 나타났다. 내 가족 생각을 했다. 그들이 이런 무시무시한 고통을 당하지 않아도 되는 것에 대해서도. 어둠이 휘휘 젓다가 결국 물러갔고, 그때마다 신은 내 마음에 환한 빛으로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나는 계속 사랑하면 됐고.
188-189P. 내 얼굴에 단호하고 굳은 표정이 떠올랐다. 자랑은 아니지만, 난 그 순간 살려는 강렬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깨달았다. 내 경험으로 보면 누구나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한숨지으며 생명을 포기한다. 또 어떤 이들은 약간 싸우다가 희망을 놓아버린다. 그래도 어떤 이들은-나도 거기 속한다-포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싸우고 싸우고 또 싸운다. 어떤 대가를 치르든 싸우고, 빼앗기며, 성공의 불확실성도 받아들인다. 우리는 끝까지 싸운다. 그것은 용기의 문제가 아니다. 놓아버리지 않는 것은 타고난 것이다. 그것은 생에 대한 허기로 뭉쳐진 아둔함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123P. 예상대로 풀리지 않는 세상일을 우리가 어쩔 수 있을까? 다가오는 삶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살 수밖에 없는 것을.
29P. 야생동물들은 가차 없는 서열체계의 지배를 받는다. 언제나 공포를 느끼고, 먹잇감은 부족하고, 영역을 사수해야 하고, 기생충을 참아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자유란 어떤 의미를 지닐까?
🔖 슬슬의 문장
17P. 죽음은 생물학적 필요 때문에 삶에 꼭 달라붙는 것이 아니다. 시기심 때문에 달라붙는다. 삶이 워낙 아름다워서 죽음은 삶과 사랑에 빠졌다. 죽음은 시샘 많고 강박적인 사랑을 거머쥔다. 하지만 삶은 망각 위로 가볍게 뛰어오르고, 중요하지 않은 한두 가지를 놓친다.
203P. 공포심에 대해 한마디 해야겠다. 공포심만이 생명을 패배시킬 수 있다. 그것은 명민하고 배반 잘하는 적이다. 관대함도 없고, 법이나 관습을 존중하지도 않으며, 자비심을 보이지도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가장 약한 부분에 접근해, 쉽게 약점을 찾아낸다. 공포심은 우리 마음에서 시작된다. 언제나.
354P. 인생에서 일을 알맞게 마무리 짓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야만 놓아버릴 수 있으니까. 그러지 못하면 우리는 꼭 해야 했지만 하지 못한 말을 남기게 되고, 후회로 마음이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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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이당은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두 귀를 활짝 열고 있습니다.
당원 여러분의 솔직한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나날이 발전하는 이책이당이 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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