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7] 제4차 독서위원회 회의 결과 _ 19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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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1] 후손에게 단 한 권의 책만 물려줄 수 있다면📖 [안건 2] 누구에게도 들켜선 안 될, 나만의 기록✍🏻
[안건 3] 나의 101호실에는 무엇이 있을까? [안건 4] 일상에서 느끼는 감시의 흔적👀 [안건 5] 꼭 지키고 싶은 나의 과거💬
[안건 6] 가장 효과적인 억압의 방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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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는 강력한 국가권력이 국민을 간섭하고 통제하는 전체주의 시대를 그립니다. 국민들은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할 수 없어요. 심지어 잠꼬대조차도 편하게 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잔혹함, 폭력적인 사회 시스템, 그리고 암울한 결말. 표현과 묘사가 적나라해서 책을 읽는 내내 힘들었어요. 과장을 조금 보태 구역질이 올라올 정도였죠. 그럼에도,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인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생각할 거리를 여럿 던져준다는 점에서 완독할 의미가 있는 책이에요.
_슬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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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만 넘기면 재밌습니다.' 드라마 추천평 같은 소설. 처음부터 세계관을 다 이해하려고 하면 힘듭니다. 그러다 또 '제목만 들어본 책'으로 남을지도 모르니, 고전이라는 무게에 치이지 말고 조금은 가볍게 읽어보길.
1949년에 출간된 소설에 예언처럼 담겨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 그 부분들만 발견해 본다는 생각으로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입니다. 한 번에 하나씩. 언젠가 또 읽으면 되고, 그때 또 새로운 부분을 발견하면 돼요. 고전의 매력은 그런 것이니까요.
_늉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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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1] 『1984』는 전체주의가 지배하는 세계를 배경으로 쓰인 소설입니다. 당이 중시하는 역사, 이념, 가치에 반하는 책은 모두 몰수되어 불태워져요. 심지어 책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상범으로 몰려 죽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이런 시대, 이런 나라에서 살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만약 단 한 권의 책을 몰래 숨겨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다면, 어떤 책을 숨길 건가요?
📋 근거조항
135P. 윈스턴은 그것보다 한쪽 구석에 있는 조그만 책장에 마음이 끌렸다. 책장 안은 잡동사니만 가득했다. 그곳 노동자 구역에서도 책이 모두 몰수되어 한 권도 없었던 것이다. 오세아니아의 어느 곳에서든 1960년 이전에 발간된 서적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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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한강 작가님의 『소년이 온다』를 읽어보라고 권하는 편이에요. 『소년이 온다』에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희생된 무고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담겼어요. 이 작품에는 민간인에게 폭력을 가하고 죽이는 군인들이 등장합니다. 끔찍하고 잔인한 사람들이죠. 하지만,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임에도 길거리에 나와 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민들도 등장해요. 용감하고 멋진 사람들이죠. 같은 인간인데 어쩜 이렇게 다를까요.
한강 작가님이 이 작품을 쓰는데 1년 반 정도 걸렸다고 해요. 그 기간의 밀도가 굉장히 높았고, 매일매일 울었다는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어요. 읽는 사람도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게 슬프고 벅찬데, 쓰는 사람은 오죽했을까요.
당시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애쓴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기에 '현재라는 기적'이 만들어졌어요. 5월의 광주를 증언하는 가장 대표적인 작품, 『소년이 온다』. 여러분도 꼭 한번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_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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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 2023년 5월 18일, 『소년이 온다』를 읽고 친구들과 독서모임을 한 슬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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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손에게 물려줄 단 한 권의 책이라니. 전체주의가 지배하는 시대라는 가정하에 고민을 하다 보니 거창한 의미가 있는 책이어야만 할 것 같아 한참을 고민했던 질문이에요. 결론적으로는 그런 책을 선택하지 못했습니다. 역사적, 사회적인 의미를 담은 책을 후손에게 물려준다는 상상만으로 버겁더라고요. 아마도 나의 가치관과 이념이 반영되었을 그 책이, 후손이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할 기회를 막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저 독서의 재미를 알려줄 책을 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저는 뭐든 금세 호로록 잊어버리는 형편없는 기억력의 소유자인데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책 내용의 상당 부분을 기억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책 중 하나랍니다. 밝지 않은 책의 분위기에도 당시 그 책을 참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요. 덕분에 독서에 많은 재미를 붙였죠. 글을 쓰며 사는 직업을 꿈꾸고, 결국 출판사에서 일하게 된 것의 시작은 그 ‘재미’가 아니었나 싶네요.
재미를 느끼면 하지 말라는 것도 하게 되는 것이 사람의 본능이잖아요. 제 후손이 살아갈 시대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만약 『1984』의 그런 시대를 살아가게 되더라도 책 읽는 재미를 느꼈다면 어떻게든 책을 찾아서 읽지 않을까요? 그렇게 한 권 한 권 찾아 읽다 보면 자기만의 책을 발견하게 되겠지요. 말하다 보니, ‘위험한 본능’을 물려주는 것 같아 조금 미안하네요.
_늉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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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2] 윈스턴은 사형 혹은 강제 노동 수용소 25년 형이라는 처벌을 받을 각오를 하고 일기 쓰기를 시작합니다. 당이 역사를 지우거나 바꾸는 만행을 서슴지 않고 저지르기 때문인데요. 일기장에라도 위험한 진실을 남김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노력해요. 여러분에게도 윈스턴의 일기 같은 비밀 기록이 있나요?
📋 근거조항
43P. 윈스턴은 과연 자신이 무엇을 위해 일기를 쓰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미래를 위해서? 과거를 위해서? 아니면 가상의 시대를 위해선가? 그의 앞에는 죽음이 아니라 무(無)가 있을 뿐이다. 일기는 재로 변할 것이고, 그 자신은 어디론가 증발되어 버릴 것이다. 사상결찰만이 그의 일기장을 없애기 전에 한번 읽어 볼 것이다. 자신의 흔적도 사라지고 종이에 끼적거린 익명의 글마저 실물로 존재할 수 없는데,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미래에 호소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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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셋, 반짝반짝 빛나는 이십 대를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루하루가 무의미하게 지나가는 게 아쉬웠거든요. 그래서 한 줄씩이라도 꼭 그날의 기록을 남겼어요. 예를 들면, "나이를 너무 많이 먹었다. 나 왜 벌써 스물셋이지?"같은 기록. 저도 알아요. 스물셋밖에 안 된 주제에 꼴값을 떨었죠. 스물아홉까지 매일매일 일기를 썼어요. 지금 저에겐 2,223편의 일기가 있답니다.
일기에는 그날그날의 감정과 생각을 소소하게 기록했어요. 모름지기 일기는 시간이 흘러 쌓였을 때 큰 의미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2,223편의 일기를 통해 과거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거든요. 낯선 곳으로 떠난 여행, 동네 산책, 친구와 맛난 음식을 먹으며 도란도란 나눈 이야기 등의 행복한 기억은 물론이고 부모님과의 싸움, 날 괴롭게 하는 상사, 연인과의 이별 등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도 간직하고 있지요. 나의 모든 순간이 내 곁에 오래도록 남아있다는 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가요.
_슬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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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 2022년 9월에 슬슬이 쓴 일기 두 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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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4년, 대학원 2년. 6년의 대학 생활을 하면서 그 기간 동안 한 앱에 꾸준히 일기를 남겼어요. 일기라고 하기엔 생각이 날 때마다 쓰는 메모에 더 가까웠지만, 6년의 세월이 분 단위, 시간 단위로 기록되어 있는 그야말로 '나' 자체의 기록이었습니다. 좋은 기억부터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기억까지, 그때는 기록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기록했던 것 같아요. 누구에게도 보여서는 안 되는 이야기들까지요.
그래서 더더욱, 이제는 다시는 볼 수 없는 그 기록들이 아쉽습니다. 좋지 않은 기억들도 많이 들어있던 터라 대학을 떠난 후에는 잘 열어보게 되지 않더라고요. 그때의 좋지 않았던 감정까지도 다 떠올리게 되는 것이 힘들기도 했고요. 그렇게 제 기록을 묻어둔 동안, 그 앱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떠올려서 뭐 좋은 기억이라고.' 처음엔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이젠 당시의 좋지 않았던 기억들도 추억이라는 생각이 드니, 기록이 사라진 게 아쉽더라고요. 이제는 그때처럼 날것의 기록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더욱이요.
_늉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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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3] 당신의 101호실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 근거조항
391P. “언젠가 자네는 101호실에 무엇이 있느냐고 나한테 물은 적이 있었지. 그때 나는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 자네가 이미 알고 있다고,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다고 대답했네. 101호실에 있는 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것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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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1호실에는 쥐가 살아요. 윈스턴과 똑같죠? 쥐와 저의 악연은 스물셋에 시작됩니다. 스물셋 늦여름, 휴학생이었던 저는 친구와 함께 월미도에 놀러 갔어요. 바다가 보이는 곳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는데, 방파제 틈으로 회색 쥐가 지나다니는 거예요. 꼬리가 아주 긴 회색 쥐가 말이에요. 그때 너무 놀라서 손에 꼭 쥐고 있던 맥주 캔을 놓칠 뻔했어요. 7년이 흘렀는데도, 그때만 생각하면 소름이 돋아요.
그런데, 얼마 전 쥐와 또 만났어요. 제가 사는 오피스텔 1층에 있는 분리수거장에서요. 이번에는 갈색 쥐였어요. "찍찍-!" 소리와 내며 분리수거장을 제집 마당 누비듯 돌아다니는데, 끔찍하더라고요. 심지어 이번에는 눈도 마주쳤어요. 그날 이후로 분리수거장에 가는 게 공포스러워요. 조용하다 싶어서 안심하면 어느 날 갑자기 훅-! 튀어나오더라고요. 현재 저의 101호실은 파주의 한 오피스텔에 있는 분리수거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_슬슬 |
과연, 내면 깊이 자리한 '진짜 두려움'을 직접 마주하기 전에 알 수 있을까요? 저의 101호실에 무엇이 있을지, 저는 들어가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상상을 한 번 해본다면… 저의 101호실은 '아무것도 없는 방'일 것 같습니다. 저는 꿈을 정말 많이 꾸는 편인데요.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때면 꼭 꾸는 꿈이 하나 있습니다. 그 꿈속에서 저는 이곳저곳을 끊임없이 헤매요. 하지만 아무도 만나진 못해요. 혼자서 내내 이곳저곳을 헤매다가 꿈에서 깹니다.
저는 제가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꿈을 계속 꾸면서 어쩌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가족, 친구, 애인, 언제든 만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전제하에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것일 뿐, 어쩌면 나는 혼자가 되는 것을 무척 두려워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_늉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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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4] 조지 오웰이 상상하는, 윈스턴이 살아가는 1984년은 '텔레스크린'을 통해 당이 모든 것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사회입니다. 저는 이것이 수많은 기기들과 시스템에 노출되어 일종의 감시 속에 살아가는 현대의 우리 사회와 어느 면에서는 비슷하다고 느껴졌는데요. 일상을 살아가다가 '나의 정보가 이렇게까지 노출이 되고 있구나' 하며 섬뜩한 기분을 느껴본 경험이 있나요?
📋 근거조항
11P. 텔레스크린은 수신과 송신이 동시에 가능하다. 이 기계는 숨죽인 속삭임을 넘어서는 모든 소리를 낱낱이 포착한다. 더욱이 윈스턴이 이 금속판의 감시 범위 안에 있는 한 소리는 물론이고 행동까지 감지된다. ~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내는 소리가 모두 도청을 당하고, 캄캄한 때 외에는 동작 하나하나까지 감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야 했는데, 오랜 세월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새 그런 생활이 본능적인 습관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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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알고리즘'이 무서워요. 저의 취향을 감시당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취향, 관심사라는 달콤한(?) 말로 제 시야와 세계가 넓어질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고 통제하는 느낌도 들고요. 딱 한번 검색해 본 콘텐츠나 상품이 추천으로 다시 노출이 될 때는 섬뜩해요.
우리는 은행 등 여러 기관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노출되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해요. 하지만 취향의 노출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아요. 오히려 SNS 등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노출하기도 하지요.
SNS로 자기 PR을 하는 시대, 검색으로 많은 정보를 얻는 시대에 취향을 노출하고, 취향이 다시 알고리즘으로 돌아오는 것을 마냥 부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는 것을 알아요. 무엇보다 그 '알고리즘'의 덕을 보며 홍보 업무를 하고 있는 제가 알고리즘을 무서워한다니, 모순적이죠. 그럼에도 알고리즘 뒤에 숨어있는 '네가 언제 어디서 무엇에 관심을 가졌는지, 나는 다 알고 있어!'라는 메시지가 때로는 『1984』의 텔레스크린에서 흘러나오는 그 목소리와 다를 것이 뭐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_늉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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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늉늉 / 업무상의 이유로 찾았던 '바이럴 계정'에 점령당한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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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죠? 민심을 얻기 위해선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바삐 움직여야 하는데, 정작 바쁜 건 제 휴대폰이었어요. 하루에 수십 번씩 울려대곤 했으니까요. 살면서 그렇게 많은 여론조사 전화를 받은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저는 여론조사 기관에 개인정보를 제공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 어떻게 제 휴대폰 번호를 알고 전화를 한 걸까요? 전화가 걸려오는 족족 번호를 차단도 해 봤어요. 소용없었지만 말이에요. 또 다른 번호로 똑같은 내용의 전화가 걸려왔거든요. 처음엔 '참 끈질기다. 귀찮아 죽겠네.'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넘겼는데, 선거일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훨씬 더 많은 전화가 오니까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거 있죠? 급한 업무 전화인 줄 알고 통화 버튼을 눌렀는데, 여론조사 안내 음성이 흘러나올 때의 그 허탈함이란... 말하고 보니 섬뜩한 경험이라기보단 분노한 경험에 더 가깝네요.
_슬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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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5] 우리도 『1984』에 윈스턴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매일 역사가 바뀌는 세상에서 이것만큼은 꼭 지키고 싶은 나의 '과거'가 있나요? 만약 그 과거가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의 현재(지금의 나)에 이르지 못했을까요?
📋 근거조항
59P. 그리하여 매일 매 순간 과거는 현재의 것이 되곤 했다. 그때그때 필요에 맞지 않는 기사나 의견은 기록에서 영구히 삭제되었다. 말하자면 모든 역사는 필요에 따라 깨끗이 지우고 다시 고쳐 쓰는 양피지 위의 글씨와도 같은 것이었다. 일단 그 모든 과정이 완료되면, 어떤 경우에도 거기에 허위가 섞여 있다고 주장할 수도, 증명할 수도 없었다.
52/341P.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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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안건에서 언급했다시피, 저는 6년간 대학 생활을 했는데요. 그중 대학원을 다녔던 2년의 기억만큼은 꼭 지키고 싶습니다. 연극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면서 가장 설렜던 시기기도 하고, 연극을 하기 위해 가장 치열하게 공부를 했던 시기기도 해요. '그놈의 연극'을 하면서 몸 고생, 마음고생을 가장 많이 했던 시기기도 하고요. 제 인생에 있어 어떤 경험이든 '가장'이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 시기입니다.
6년간의 기록 속에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들도 이때의 기억이에요. 참… 말 그대로 징글징글해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 기억을 지키고 싶은 건, 그때의 경험들이 저를 많이 성장시켰기 때문이에요. 훌륭한 '반면교사'라고나 할까요.
그렇게 성장한 저에게 그 과거가 없다면, 당연히 지금의 저도 없겠죠. 반면교사라고는 했지만, 당시에 했던 경험들 중에 지금 저의 업무에 크게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경험도 있습니다. 물론 부정적인 경험도 있어요. 그때의 경험을 반판 삼아 다시는 실수도, 후회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여러모로 현재의 저를 만들어준 귀한 경험이라는 것은 변치 않는 사실입니다.
_늉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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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늉늉 / '찾아가는 연극'을 통해 문화 소외 지역의 아이들을 만났어요.
다사다난했지만, 아이들이 연극을 접할 기회를 마련했다는 게 뿌듯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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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해 동안 나만의 서사를 차곡히 쌓아왔습니다. 애틋하지 않은 순간이 한순간도 없어요. 분명하게 행복했던 순간은 물론이고, 선명하게 아팠던 순간조차도 말이에요. 단 하나의 기억도 놓치고 싶지 않아요. 그 모든 과거의 조각이 모여 현재의 나를 만들었으니까요. 내가 이 세상에 발 딛고 서 있기 위해선 모든 과거가 제자리에 있어야 해요. 그래서 저는 있는 힘껏 저의 모든 역사를 지키고 싶어요.
_슬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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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6] 2분 증오, 사적 기록 금지, 신어 고안, 성적 쾌락 추구 금지, 계급의 구분 등 <1984>에는 사람을 억압하는 다양한 장치들이 등장합니다. 실제로 이런 억압이 이루어진다면, 가장 효과적인 억압의 방식은 무엇이라고 생각되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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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등장하는 모든 억압의 장치들이 상당히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단연 ‘신어 고안’이 가장 '소름 끼치게'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봐요. 모든 장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시행된다고 가정했을 때, 사람들은 신어를 사용하는 것을 다른 장치들에 비해 덜 폭력적이고 덜 통제적이라고 느낄 거예요. 그저 기존에 사용하던 단어를 조금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죠? 실상은 생각의 흐름을 단순하게 만들어 억압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인데 말이에요.
언어가 줄어들면 사고가 줄어들고, 사고가 줄어들면 행동도 줄어듭니다. 모든 것이 단순해져요. 단순한 삶은 통제하고 억압하기가 쉬울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체감하지 못할 겁니다. 스스로가 자신을 통제하기 쉬운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는 걸요. 자신이 억압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억압을 당하는 것, 그것만큼 소름 끼치고 효과적인 방식은 없는 것 같아요. 반감조차 가지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_늉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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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 고문이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인간이 발명한 것 중 가장 끔찍한 게 고문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고, 한 인간의 영혼을 완전히 부숴버리는 행위이니까요. 원하는 대답이나 반응을 얻기 위해서 한 사람을 특정 공간에 가두고, 신체적 · 정신적 고통을 가하다니. 너무 잔인하고 폭력적이지 않나요. 얇디얇은 종이 한 장에 살짝 베이기만 해도 눈물이 찔끔 나는데, 인간이 견디기 힘든 고통이 신체와 정신에 끊임없이 가해진다고 상상해 보세요.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어도, 잘못했다고 거짓으로 자백할 수밖에 없을 걸요.
_슬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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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이당 백브리핑
_1984의 중요한 문장들, 함께 짚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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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슬의 문장
43P. 미래를 향해, 과거를 향해, 사고가 자유롭고 저마다의 개성이 서로 다를 수 있으며 혼자 고독하게 살지 않는 시대를 향해, 진실이 존재하고 일단 이루어진 것은 없어질 수 없는 시대를 향해. 획일적인 시대로부터, 고독의 시대로부터, 빅 브라더의 시대로부터, 이중사고의 시대로부터 - 축복이 있기를!
142P. 육체가 온 우주를 덮을 정도까지 부풀어 오르고 공포나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는 극단적인 경우가 아닌 일상적인 때라도 삶이란 굶주림, 추위, 불면증, 복통, 치통 등을 상대로 순간순간 끊임없이 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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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늉늉의 문장
218P. 윈스턴은 그녀와 이야기하는 동안 정통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면서도 정통적인 태도를 갖는다는 게 얼마나 쉬운 일인가를 깨달았다. 어떤 면에서 당의 세계관은 그것을 이해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가장 잘 받아들여졌다. 그들은 자기들에게 요구되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도 납득하지 못할뿐더러 현재 일어나고 있는 공적인 사건에 대해 무관심하기 때문에 가장 악랄한 현실 파괴도 서슴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그들은 무지로 인해 정상적인 정신 상태를 유지한다고 볼 수 있다. 아무것이나 닥치는 대로 집어 삼키는데, 그래도 탈이 나지 않는다. 그것은 곡식의 낱알이 소화되지 않은 채 새의 창자를 거쳐 그대로 나오는 경우처럼 뒤에 아무런 찌꺼기도 남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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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이당은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두 귀를 활짝 열고 있습니다.
당원 여러분의 솔직한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나날이 발전하는 이책이당이 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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