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3] 제5차 독서위원회 회의 결과 _ 거의 모든 거짓말 |
|
|
[안건 1] 거짓만을 말하는 삶 vs 진실만을 말하는 삶💬 [안건 2] 나의 일상 속 수많은 거짓말🤞🏻
[안건 3] 누군가의 거짓에서 사랑을 느낀 순간 [안건 4] 우리가 지나온 서른💡 [안건 5] 이상과 현실의 차이
[안건 6] 사랑이란?💗 |
|
|
읽고 있는 이 부분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시점도 헷갈리고, 맥락도 헷갈리고,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 여러 번 되돌아가야 했던 책. 그럼에도 마치 홀린 것처럼 놓을 수 없습니다. 종국에는 그 혼란조차 무릎을 탁! 치게 합니다. 어쩌면 ‘거의 모든’ 것이 작가가 의도한 ‘거짓말’은 아닐지.
_늉늉 |
|
|
이 이야기의 배경은 거짓말을 잘할수록 그것이 능력과 스펙이 되는 세상입니다. 거짓말 자격증 2급 소지자인 주인공은 1급으로 진급하기 위해 두 건의 의뢰(라고 쓰고, 거짓말 게임이라 부른다)를 동시에 수행해요. 무엇이 거짓말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알쏭달쏭해서 읽는 내내 두통이 찾아올 수 있지만, 그래서 더 흥미진진하다면 믿어주실래요?
_슬슬 |
|
|
[안건 1] 화자는 두 건의 의뢰가 끝날 즈음, 결국 보고서에 그녀가 생각하는 진실이 아닌, 의뢰인들이 믿고 싶어 하는 현실을 적습니다. 그 모든 것은 시험에 불과했지만, 만약 그 의뢰가 진짜였다면 저는 화자의 선택, 즉 진실이 아닌 거짓을 의뢰인들은 더욱 좋아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사람들은 때로는 진실이 아닌 달콤한 거짓을 원하기도 하니까요. 그럼에도 우리는 거짓보다 진실을 말하고 살아야 하는 것일까요? 거짓만을 말해야 하는 삶, 진실만을 말해야 하는 삶. 둘 중에 하나를 고른다면 어떤 삶을 고를 건가요?
📋 근거조항
67~68P. 진실을 알아서 좋을 건 없었다. 불신은 몸을 피곤하게 만들 뿐이었다. 한 번 싹튼 의심은 울창하게 자라나 시들 줄 몰랐다. 온몸을 꽁꽁 옭아맬 때까지도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진실을 기대했지만 몰랐더라면 좋았을 때도 있었다. 그래서 때론 아닌 줄 알면서도 믿었다. 애써 믿는 척하기도 했다. 그게 훨씬 낫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차라리 최선을 다해 속는 편이 현명할 수도 있었다. 사막에서 살아남으려면 곧 오아시스가 나올 거란 거짓말을 믿어야 했다.
|
|
|
거짓만을 말하는 삶을 고를 것 같아요. 저는 진실을 알고도 말하지 않음으로써 거짓을 방조한다면, 그것 또한 거짓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진실만을 말해야 하는 삶보다 거짓만을 말하는 삶이 표현의 폭이 조금 더 넓을 것 같아요. 그게 거짓만을 말해야 하는 삶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이고요.
이렇게도 생각해 봤어요. 모든 것이 진실인 줄 알면서, 나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모든 것이 거짓인 줄 알면서, 좋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떤 순간이 더 나에게 큰 좌절감을 줄 것인가. 저는 진실을 들었을 때 좌절감을 느낄 것 같습니다. 거짓은 다른 방향으로의 거짓을 상상할 수 있지만, 진실은 그 자체로 진실이니까요.
_늉늉
|
|
|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짓말을 해요. 혹시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라고 생각했나요? 거짓말하지 마세요. 사람이 하루에 200회 이상의 거짓말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거든요. 따져보면 8분에 한 번 꼴로 거짓말을 하는 셈이에요. 조금만 골똘히 생각해 보면 알 거예요. 우리가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산다는 사실을. 그러니 저는 대세에 따르겠습니다. 거짓말을 아예 하지 않는 삶은 애초에 불가능하니, 차라리 거짓만을 말하는 삶을 선택하겠어요.
_슬슬
|
|
|
[안건 2] 아주 작은 것이라도, 우리의 일상 곳곳에는 거짓이 존재합니다. 우리의 삶은 어떤 거짓말로 포장되어 있을까요? 나의 일상에는 어느 정도의 거짓말이 들어있는지 생각해 봅시다. 나아가 우리가 만약 거짓말 자격증 시험을 본다면, 몇 급을 받을 것이라 생각하나요?
📋 근거조항
222P. 우리 모두는 이미 충분히 고급 거짓말에 능숙한 사람들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돈을 빌려 달라고 하면 여윳돈이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요즘 사정이 좋지 않다고 기만할 수 있다. 생리통을 속이 안 좋다는 말로 둘러댈 줄 알고 맘에 안 드는 선물을 두고도 갖고 싶었던 거라며 가식을 떨 줄도 안다. 굳이 궁금하지도 않은데 물었다. 식사 맛있게 하셨어요? 그렇다고 이제 와서 앞으로 진실만을 말하며 살 것이라고 선언할 수도 없다. 이미 그것마저 거짓말이라는 걸 알아 버렸기 때문이다. 이제껏 우리가 공평하게 누릴 수 있었던 건 거짓말이다. 다만 지금까지 몰랐을 뿐이다. 아니, 모르는 척했거나 몰랐다고 믿고 싶을 뿐이다. 그것은 오랫동안 진실이었다.
|
|
|
제 삶에는 꽤 많은 거짓이 담겨 있어요. 공기 반, 소리 반처럼 제 삶에도 거짓이 절반쯤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절반의 거짓이 모두 '나쁜 거짓'인 사기꾼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니고요. (뜨끔) 버티기 위해, 또 해나가기 위해, 자신을 속이는 거짓이 가장 많은 것 같습니다.
나는 피곤하지 않다, 되뇌며 나서는 출근길. 바쁘지 않냐는 팀장님의 배려에 괜찮다고 말하며 치는 손사래. 머릿속에 끝마치지 못한 일들이 맴돌지만 신경 쓰이지 않는 척 이어나가는 퇴근 후의 삶. 별일 없냐는 질문에 늘 별일 없다고 내뱉게 되는 대답…
삶은 결국 다 포장하면서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거짓이 많은 삶 그 자체가 큰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포장된 내가 진짜 나는 아니라는 것. 그걸 잘 알고 있어야겠죠. 때로는 포장을 벗겨 오롯한 제 자신을 잘 돌보아주어야 할 것이고요.
이쯤에서 '늉늉은 그렇게 살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드실 텐데요. 제가 꽤나 포장된 삶을 살고 있음에도 지금껏 큰 문제없이 살아온 것은, 제 포장이 그리 꼼꼼하지 않았기 때문일 거예요. 거짓말 자격증을 딴다면... 전 3급쯤 되지 않을까요? 삶에 거짓이 많은 것과 거짓말을 잘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니까요. 언젠가는 티가 나고야 마는 늉늉의 거짓말... 저는 평생 1급은 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_늉늉 |
|
|
저는 어엿한 6년 차 직장인이에요. 지금이야 5년 넘게 일을 하며 경력이 쌓였고, 제가 어떤 일을 잘하는 사람인지 보여줄 거리가 차고 넘쳐요. 하지만 대학교 졸업 직전, 취업을 부랴부랴 준비할 땐 내세울만한 게 없어도 너무 없었어요. 그래서 나를 소개하는 글에 약간의 거짓말과 과장을 살짝 섞었습니다.
자기소개서를 줄여서 자소서라고 부르죠. 그리고 여기서 자소설이라는 단어가 탄생합니다. 나를 소개하는 글이 소설이라는 뜻이죠. 고백할게요. 저는 한때 자소설의 대가였어요. 제가 대학생 때 쓴 자소설을 읽은 아빠가 "너, 글을 엄청 잘 쓰는구나? 아주 껌뻑 속겠다."라며 감탄했을 정도니까요. 저의 자소설은 탄탄한 초안을 바탕으로 수백 번의 정교한 수정을 거쳐 이 세상에 탄생했습니다. 서류 합격률은 80% 이상이었고, 하루에 면접 두 탕은 기본이었답니다.
그때 쓴 제 자기소개서를 다시 보니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더라고요. 실제 있었던 일을 가지고 그럴듯하게 꾸몄으니 그럴 수밖에요. 제 자신도 껌뻑 속아 넘어갈 정도였다니까요? 진실을 바탕으로 부풀린 나의 이야기는 면접관들을 현혹하기 딱 알맞은 글이지 않았나 싶어요. 이 정도면 거짓말 자격증 1급 따기 충분한 스펙 아닌가요? 하... 이렇게 영업 비밀을 다 까발렸으니 이직은 꿈도 못 꾸려나요.
_슬슬 |
|
|
ⓒ슬슬 / 슬슬이 과거에 쓴 자소설로 들어간 첫 직장, 북극곰. 3개월 남짓 근무했지만, 나름 알차게 일했답니다. |
|
|
[안건 3] 누군가의 거짓에서 '사랑'을 느꼈던 순간이 있나요?
📋 근거조항
203P. 자원봉사자가 찾아오지 않자 엄마가 나를 찾는 일이 부쩍 늘었다. 수돗물이 안 나온다고 해서 가 보면 멀쩡하게 잘만 나왔다. 엄마는 연신 식은땀을 닦으며 "이상하다. 어젯밤까지도 안 나오던 물이 이젠 잘 나오는구나." 했다. 배가 아프다고 해서 부리나케 가 보면 이제는 괜찮아졌으니 온 김에 밥이나 먹고 가라는 적도 있었다. 다리는 벌리고 뒷짐을 지고 서 있어서 어색해 보이는 자세였다. 떨리는 손을 뒤로 감추려는 것 같았다. 그냥 보고 싶다고 하면 될걸. 여전히 엄마의 사랑은 어설프게나마 거짓말로 드러났다.
|
|
|
사실 이 안건에 대해서는 의견을 나누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저에겐 '가족'이라는 너무나 뻔한 답이 있었거든요.
집 나가 혼자 사는 딸이 뻔히 보고 싶은 줄 아는데도 '괜찮다. 안 와도 된다' 하는 부모님의 거짓말, 갓 태어난 아기를 돌보느라 피곤에 찌들어 사는 줄 아는데도 ‘괜찮아. 안 힘들어'라고 말하는 오빠의 거짓말. 서로가 알고도 속아주는 그 거짓말들.
부모님, 형제자매의 '괜찮아'라는 거짓말은 어쩌면 '사랑해'의 다른 표현인 것 같기도 합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드네요. 부모님과 오빠도, 저와 마찬가지로 제 거짓말에서 사랑을 느끼고 있을까요? 오늘만큼은 거짓이 아닌 진실로 사랑을 표현해 봐야겠습니다. 사실 괜찮지만은 않다고. 나는 때로 힘들고, 그래서 엄마, 아빠가, 그리고 오빠가 꽤나 보고 싶다고 말이에요.
_늉늉 |
재작년이었을 거예요. 엄마 생일에 소고기를 듬뿍 넣은 미역국을 끓였어요. 머리털 나고 처음 끓이는 미역국이었습니다. 참기름에 미역을 볶다가 물을 가득 넣고, 간장으로 간을 했는데 맛이 없더라고요. 백종원 아저씨의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 했는데, 왜 맛이 없었을까요. 싱거운 것 같기도 하고, 짠 것 같기도 하고. 깊은 맛이 하나도 없는 미역국이었어요. 오묘하고 이상한 맛이었죠. 엄마에게 맛있는 미역국을 끓여주고 싶었는데, 속상했어요. 그런데 엄마는 그 맛없는 미역국을 맛있다면서 잘만 드시더라고요. 끓이면 끓일수록 더 맛있다고, 매 끼니마다 제가 끓인 미역국을 식탁 위에 올렸어요. 뜨거운 불 앞에서 생전 해보지도 않은 요리를 한 딸을 생각해서 한 거짓말이었겠죠? (엄마 입맛에는 진짜 맛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아빠는 제 미역국이 맛이 없다고 먹지 않았어요.)
_슬슬
|
|
|
ⓒ늉늉 / 보고 싶으니까 집에 오라고 하면 될걸,
무섭다고 거짓말하는 귀여운 엄마
(feat. 알면서 간다고 안 하는 냉정한 늉늉) |
ⓒ슬슬 / 슬슬이 머리털 나고 처음 끓인 미역국
보기에는 그럴듯하지 않나요?
(feat. 미역국 맛있게 끓이는 법 알려주실 분 구함) |
|
|
[안건 4] 아주 어렸을 때부터 ‘서른이 되면 진짜 어른이 되어 있겠지?’라고 생각했어요. 십 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서른이 되었지만, 잘 모르겠어요. 어른이라고 하기에도, 어른이 아니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나이가 ‘서른’인 것 같아요. 당신의 ‘서른’은 어땠나요? (혹은 당신의 ‘서른’은 어떨 것 같나요?) 그리고 당신은 ‘서른’이라는 나이를 어떻게 정의 내리고 싶나요?
📋 근거조항
135P. 서른은 나이가 든다는 것이 더 이상 성장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이제는 퇴화와 유지에 가까워진다. 지금까지 해 왔던 성장을 하나씩 잃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몸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니라 질병의 신호일 때가 잦다. 앞으로 이제껏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질병에 노출될 것이다. 뭘 시작하기에도 마무리 짓기에 애매한 나이도 서른이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괜찮다는 위로가 먹히는 나이. 그런 위로로 몇 년쯤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
|
|
올해 한국 나이로 딱 서른이 되었습니다. 크게 실감은 안 나요. '이제 진짜 어른이구나'라는 생각도 안 들고요.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앞자리 숫자가 2에서 3으로 바뀌면 큰일 나는 줄 알았는데요. 막상 서른이 되어 보니 별거 없더라고요. 저는 여전히 철없고, 단순하고, 순진하고, 모자란 부분이 많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분명히 말할 수 있어요. 타인의 세계와 분리된 나만의 세계가 비로소 생겼다고요. 나의 세계에는 내가 만든 이야기가 있고, 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이 있어요.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하죠. 한때 타인과 비슷해지려고 했던 적이 있어요. 다른 사람의 취향을 좇고, 다른 사람의 일상을 부러워했죠. 하지만 지금은 알아요. 내가 만든 나의 세계에서 내가 온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아무래도 서른은 이 정도 사실은 알 만한 나이인가 봐요.
_슬슬. |
|
|
ⓒ슬슬 / 서른이 되고 생긴 나의 세계 중 하나, 이책이당. 매달 열심히 뉴스레터를 만들어요. |
|
|
저는 이미 ‘서른’의 나이를 지나왔는데요. 제 서른은 ‘그저 서른’이었던 것 같습니다. 앞자리가 바뀌었다고 해서 달라진 건 별로 없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서른일 때도 저는 철딱서니가 없었습니다. 초짜인 부분들이 많았고요. 제 삶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데도 몇몇의 후배들에게 뭐나 있는 양 인생의 조언을 건네기도 했어요.
어른이 된다는 건 나이의 문제가 아닌 마음의 문제인 것 같아요. 저는 지금 서른셋을 지나고 있는데요. 아마 서른셋은 어땠냐고 물어도, 저는 ‘그저 서른셋’이라는 대답을 할 것 같습니다. 이것도 조금 더 나이를 먹으면, 생각이 바뀌려나요?
_늉늉 |
|
|
[안건 5] 세상엔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큰 일들이 아주 많아요. 기대했던 이상에 못 미치는 현실이 넘쳐나죠. 이상과 현실의 차이로 인해 허무했던 경험이 있나요?
📋 근거조항
144P. 그때 나는 가이드북과 현실이 자주 어긋난다고 생각했다. 여행 가이드북에서 일러 준 대로 거대한 호수를 찾아갔지만 막상 가 보면 조금 큰 웅덩이에 불과해 보이거나 이미 몇 년 전 지진으로 사라진 유적지를 찾아 헤맨 것처럼.
|
|
|
이종석, 이나영 주연의 <로맨스는 별책부록>이라는 드라마를 본 적 있나요? 도서 출판 겨루라는 곳에서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예요. 당시 그 드라마가 출판업계에선 엄청난 화제였나 봐요. 출판사 면접을 볼 때마다, 심지어 출판사에서 일을 시작하고 나서도 "<로맨스는 별책부록> 보고 출판사에서 일하고 싶어진 거예요?"라는 질문을 받았거든요.
전제가 틀렸어요. 책을 만들거나 파는 일을 하고 싶어서 <로맨스는 별책부록>을 보기 시작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출판사에서 유튜브나 뉴스레터를 마케팅 수단으로 잘 활용하지 않을 때라 정보를 얻을 곳이 많지 않았거든요. 그러니 어째요.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정보를 얻을 수밖에요.
그래서 <로맨스는 별책부록>를 두어 번 정주행했어요. 편집자와 마케터가 으쌰으쌰 협업해서 좋은 책 한 권을 만들고, 그 책이 재쇄에 들어가면 전 직원이 기뻐하고, 더 많은 독자가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치열하게 일하는 것. 드라마 속 직원들의 모습은 제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에 충분했어요.
그런데, 출판사에서 마케터로 커리어를 시작해 보니 현실이 마냥 달콤하진 않더라고요. 일단 이종석처럼 멋진 편집장님이 없었고요.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이고 편파적인 의견입니다. 이 세상 어딘가에 이종석처럼 키가 크고 잘생긴 편집장님이 존재할지도 몰라요.) 제가 입사하자마자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바람에 오프라인 홍보 활동을 전혀 할 수 없었어요. 이게 제일 아쉽더라고요. 낭독회나 도서전 같은 행사를 꼭 한번 기획해보고 싶었거든요. 독자들과 만나기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카드 뉴스를 만들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북트레일러를 만드는 것뿐이었죠. 기대했던 업무와는 차이가 커서 허탈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_슬슬 |
|
|
ⓒtvN / 도서출판 겨루 대표가 주말에 딸 둘과 함께 물류창고로 출근해 저자 이슈가 있는 도서를 정리하는 장면. |
|
|
저는 굉장한 이상을 기대하는 사람이 아닌지라, 크게 허무를 느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인생의 큰 재미도 없지만, 큰 굴곡도 없이 살아온 인생. 제 삶이 딱 그렇습니다.
다만 그런 것들은 있죠. 일을 하면서 어떤 성과를 기대했는데 그만큼의 성과가 나지 않았을 때. 굉장한 맛집이라고 해서 찾아갔는데 아무래도 광고 게시물에 낚인 것이 분명할 때. 재테크를 해야 돈을 많이 번대서 시작했는데 벌긴커녕 당최 이걸 어떻게 되돌려야 할지 감도 안 잡힐 때.
그냥 전 잊으려고 노력합니다. 이미 벌어진 것, 이미 저에게 닥친 현실이 그런 것을 뭐 어쩌겠어요. 빨리 잊고 또 다른 것들에 작은 희망을 걸어봅니다. 언젠가는 성과를 얻고, 맛집을 찾아내고, 소소한 부를 이뤄 행복하게 잘 살 수도 있지 않겠어요? 그러려면 툭툭 털고, 또 나아가야죠.
_늉늉 |
|
|
ⓒ늉늉 / 카카오가 이럴 줄은 몰랐지 #잊은거맞음 #진짜맞음 |
|
|
[안건 6] 사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근거조항
48P. 소년은 희생을 사랑의 증거로 내밀었다. 하지만 희생은 사랑의 변형이 아니라 아예 성질이 다른 것이다. 사랑이 아닌 것을 사랑과 연결시키려고 하니 그때마다 관계가 틀어질 수밖에 없었다. 사랑은 연민이나 우정 또는 존경의 가면을 쓰고 나타나지 않는다. 단지 가면 뒤에 사랑이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
|
|
오랫동안 고민했어요. 무수히 많은 시간을 쏟았는데도, 사랑에 대해 이렇다 할 정의를 내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요.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한 애씀이 사랑의 증거라는 거. 내가 상대방이 되거나 상대방이 내가 되지 않는 한 100% 완전한 이해는 불가능하잖아요. 그럼에도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그를 지켜보고, 대화를 나누는 건 그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일 거예요.
그래서 오늘도 다시 한번 결심합니다. 상대방을 내 입맛대로 고치려고 하지 말자고.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존중하자고요.
_슬슬 |
|
|
ⓒ늉늉 / "얘들도 뽀뽀해! 얘들도 사랑한대!" 표현할 핑계는 차고 넘쳐요😘 |
|
|
너무 철학적인 질문인데요. 소년이 희생을 사랑의 증거로 내밀었다면, 저는 ‘표현’을 사랑의 증거로 내밀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들으면 ‘서른셋에 진짜 사랑을 확신한다고?’라며 웃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지금 제가 살아왔던 삶 중 가장 '진심'의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함께 하는 데이트는 시덥잖고, 별것도 아닌 일에 삐지고 화내고 싸우지만 그간의 사랑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제가 ‘표현’이 무척 많아졌다는 거예요. 사랑을 표현하는 게 부끄러웠던 이전과는 다르게 지금은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는 시간들이 아까워요.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숨 쉬듯이 사랑한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바로바로 표현하는 것. 그렇게 가닿는 마음이 사랑이 아닌가 싶습니다.
_늉늉 |
|
|
📑이책이당 백브리핑
_거의 모든 거짓말의 중요한 문장들, 함께 짚어봅니다. |
|
|
🔖 늉늉의 문장
71P. 거짓말 가이드북에서는 보통 이쯤에서 첫 거짓말을 계획한다고 했다. 자신이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 (...) 어쩌면 거짓말은 사랑해 달라고 보내는 생의 첫 번째 신호일지도 모른다.
164P. 거짓말이 느슨해지자 이전의 내가 모여 일제히 입을 벌렸다. 입안은 컴컴해서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었다. 비어 있는 것도 같았찌만 조금 빗겨 보면 뭔가 꽉 차 있는 것도 같았다. 그 속에 거짓말을 밀어 넣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입을 크게 벌려도 공기 한 줌 드나들지 않았다. 이제껏 나는 눈이 없는 주사위를 굴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아무리 굴려 봐도 숫자는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끝까지 주사위를 굴렸다. 그것 말곤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예전엔 거짓말이면 누구든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아무도 될 수 없다는 뜻인지도 몰랐다.
234P. 거짓말 가이드북에선 첫 거짓말을 준비하는 때를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이라고 했다. 뒤에는 한 가지가 더 있었다. 이미 겪은 과정이란 생각에 건성으로 훑어봐서 놓친 부분이었다. 사랑을 받아도 받는 줄 모르는 순간.
|
|
|
🔖 슬슬의 문장
48P. 기억은 허약하다. 희미한 입김에도 뒤틀린다. 그래서 기억은 상상의 일부일 때가 많다.
71~72P. 거짓말은 나쁜 아이가 치는 것이 아니라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가 친다. 있는 그대로도 사랑받을 수 있다면 굳이 거짓말에 손댈 필요가 없다. 거짓말은 나쁜 거니까 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결국 거짓말을 치게 만드는 건 그렇게 만든 사람들이다. 어쩌면 거짓말은 사랑해 달라고 보내는 생의 첫 번째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때부터 완벽한 거짓말을 연습했다. 너무나도 완벽해서 나마저도 진짠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의 거짓말. 선물을 받으려면 산타가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믿는 척해야 했다. 산타를 믿지 않는 아이에게는 결코 크리스마스 선물이 주어지지 않았다. 이익은 오로지 거짓말쟁이들의 것임이 분명해졌다.
205P. 진실은 만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아무도 모르는 샛길로 숨죽여 다가와 어느날 갑자기 튀어나온다. 마치 거짓말처럼.
|
|
|
이책이당은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두 귀를 활짝 열고 있습니다.
당원 여러분의 솔직한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나날이 발전하는 이책이당이 되겠습니다. |
|
|
|